[윤여정] 한없이 베푸는 '우리 어머니'
기사입력 1997년 02월 21일 15시 18분
배우 윤여정씨가 소박하고 담백한 연기로 연극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주)P.M.C가 제작하고 극단 환퍼포먼스가 기획,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유리동물원'에서 열연을 펼치고 있는 것. `유리동물원'은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으로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왜소화된 인간의 병적인 삶을 그린 작품. 주목받는 연출가 황동근이 무대형상화하고 있다. 윤여정은 극중에서 불량한 심성을 지닌 아들(톰．송승환)과 심약한 딸(로라．김호정)을 둔 어머니 아만다로 출연, 작품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사실감 넘치게 그려낸다. "아이들이 둘다 사회적응을 못해요. 시대의 우울함이 낳은 인간의 유형이지요. 자식을 결혼시키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려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여자가 바로 아만다죠." 아만다는 집에 있기보다는 영화관엘 가는 아들 톰과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딸 로라 사이에서 현실적응의 끈을 마련해주는 역할이다. 아만다 역시 남편과 헤어지고 자신의 꿈도 잃어버린 채 어렵게 인생을 살아온 인물. 그러나 자신이 가진 삶의 상처와는 상관없이 자식에게만은 따뜻한 모성애를 발휘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보여준다. 윤여정은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하고 세련된 연기로 극중 인물을 살려냄과 동시, 오늘 우리 사회에 살아있는 슬프고도 애달픈 가정의 비극으로 형상화해 내고 있다. 요즘엔 탤런트로 더 잘 알려진 그녀지만, 사실 그녀는 연극 `이민선'으로 연기 데뷔를 했으며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그동안 출연한 연극으로는 `꽃피는 체리' `헨리 8세와 그의 여인들' `부정병동' 등이 있다. 지난 90년에는 연극무대 친정인 극단 산울림의 `위기의 여자'에 출연, 비극의 여주인공 모니크를 실감나는 연기로 펼쳐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연극무대에 서면 조심스러워요. TV 드라마 연기의 디테일적인 요소가 무대에서는 조잡해 보일 경우가 있거든요. 움직임이 크고 유려해야하는 점이 큰 부담이에요." 3월 2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 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4시30분. (02)741－33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