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서봉수 9단 ●김만수 2단
기사입력 1997년 02월 21일 15시 14분
제1보(1∼20)＝서 9단은 이 판을 두기 전날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일본의 야마다 7단을 꺾고 4연승의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이미 온 매스컴에 보도 되었듯이 서 9단은 이 대회에서 8연승이라는 초유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간 이 대회의 기록은 제2회 때 요다 9단이 세운 5연승.
또한 내달 중국에서 마효춘 9단과의 마지막 승부를 남겨 두고 있어 아직 신기록 행진이 끝난 상태가 아니다.
어쨌든 이 기록은 앞으로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 2단은 전에 1차예선 결승국을 소개할 때 등장했던 인물.
그 때 어렵게 박승문 3단을 꺾고 2차예선에 올라, 오규철 7단과 임창식 6단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승승장구 결승까지 진출했다.
서 9단과의 지금까지 전적은 1전 1패. 김 2단으로서는 넘기 힘든 버거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그러면 거목 서 9단을 상대로 신승을 이끌어낸 김 2단의 역작보를 감상해 보자.
백 6까지 진행을 보면 흑 3 걸침이 약간 생소하다. 보통 7 쪽에서 걸치는 것이 정례이기 때문.
흑 7로는 요즘 `가', 백 8, 흑 `나'의 정석이 유행. 또한 흑 9가 이색적인 발상.
"흑 7, 9는 이런 모양에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김 2단 "한번 시도해 봤어요"
"그럼 평소 연구해둔 포석인가?"
김 2단 "뭐, 연구랄 것도…."
흑 11은 9의 기착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상용 수법. 백 12로 달려 여기서만 수많은 정석의 가짓수가 있지만 이하 20까지 간략한 정석으로 일단락됐다.
수순 중 백 18로는 백 1로 한칸 뛰어나가는 것도 일책. 그러면 6까지 예상되는 정석.
중앙을 지향하는 일본의 다케미야 9단 같으면 거의 이렇게 두겠지만 이 진행은 이른바 `서봉수류'와는 거리가 멀다.
실전처럼 20까지 확실한 실리 쪽을 택하는 것이 그의 기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