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파격 性 퍼포먼스
기사입력 1997년 02월 20일 14시 57분
19일 오후7시 서울 이대후문 공연카페 `빵'.
사방벽면이 만화로 채워진 텅빈 무대 한켠에 플라스틱 김장독 하나가 놓여 있다.
5명의 언더그라운드 그룹이 나와 기괴한 사운드의 포르노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김장독 안에 숨어있던 20대 청년이 분연히 일어서 낯뜨거운 시 한편을 사실감 있게 읽어내려간다.
"앗, 싫어요/아앙…, 어휴…, 아아…/아아, 그러지 마세요/아아 아앙 혀를 아앙 넣지 말아요/중략/아아, 좋아요 좋아/아앗 언니 그만그만/"
`포르노시' 낭송을 축으로 한 이날의 기괴한 퍼포먼스는 만화가 신일섭씨（28）가 자신이 설립한 `도서출판 봄'이 실험만화 계간지 `히스테리'를 창간하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
23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개최될 본 행사를 위한 리허설 차원에서 마련된 이날 무대에서 신씨는 언더그라운드 그룹 `허벅지 밴드'의 `포르노 음악'을 배경으로 `앵무새'와 `정육점'의 소제목으로 나뉜
`포르노 시'를 장장 10여분간 낭송했다.
`앵무새'는 성생활을 연상시키는 감탄사의 나열이 수없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없는 시인데 비해 `정육점'은 반신불구의 남편을 둔 정육점 여자가 숱한 사내와 바람을 피우다 결국은 벌떡 일어선 남편에게 살해를 당하나
아내의 모든 행동은 결국 남편의 재기를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를 담은 시.
모두가 `성'을 소재로 한 것으로 신씨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나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그리 파격적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허벅지 밴드'는 안영로씨를 비롯한 출신 로커들로 구성된 언더그라운드 그룹.
신씨의 `포르노 시' 배경음악을 위해 특별히 `포르노 음악'을 작곡했다는 이들은 시낭송이 끝나면 곧바로 `뜯어 먹어 날' 등 자신들의 대표곡을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 무대를 가진다.
신씨는 "혁명을 꿈꾸는 `히스테리'의 창간 이념과 삭막하고 널부러진 공간 `빵', 모든 개념 정의를 거부하는 `허벅지 밴드'의 혁명적인 이미지가 잘 부합되는 것 같아 삼자합작의 창간기념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만화 혁명을 꿈꾸는 만화애호가라면 누구나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