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 고향팀 현대우승 촛불이 되겠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20일 14시 55분
"촛불의 심정으로 임하겠습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박정배（朴正倍．30）가 `촛불론'을 제기했다. 지난 16일 대우에서 현대로 이적한 그가 자신의 몸을 불태워 주위를 밝히는 촛불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을 다짐한 것. 94년 미국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6년여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를 선양해 온 그의 가슴 깊숙한 곳에는 항상 두가지 바람이 숨어 있었다. 그 하나는 감독 지도아래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었고, 또하나는 고향 울산에서 뛰는 것이었다. 특히 선수생활이 몇년 남지 않았음을 느끼는 요즘은 몸이 달 정도다. 그런데 지난 16일 오매불망하던 2가지 꿈을 한꺼번에 이루는 행운을 안게 된 것. 첫 태극마크를 달때와 같은 벅찬 가슴으로 울산에 달려온 그는 당장 훈련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이후 쉬고 있던 근육에 하루 빨리 힘을 싣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의 속은 울산앞 바다 보다도 더 깊기만 하다. 결코 자신만을 위해 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꿈은 자신의 몸이 불타는 아픔을 참으면서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좋아하는 감독과 고향팀을 위해 몸을 태운다는 의도다. "팀에서 모범적인 고참이 되겠다"는 그의 눈은 97시즌 현대의 우승에 고정돼 있다. 지난 90년 LG에서 프로 첫 유니폼을 입고 고감독과 인연을 맺자 마자 이룬 우승. 그때의 환희를 잊지 못하는 그는 올해 꼭 현대에서 정상정복을 재현한다는 각오다. 그때나 지금이나 포지션은 스토퍼.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팀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는 박정배는 벌써 완전한 `현대맨'으로 탈바꿈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