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안조영 3단 ●양재호 9단
기사입력 1997년 02월 20일 14시 28분
총보(1∼190)＝이 판은 초반 하변의 축머리 공방이 볼만했다. 즉 백 38부터 야기된 축머리 공방은 결국 이 판의 골격을 구축했으며 끝내 승부와도 직결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쌍방 실착으로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마는데….
흑 65로는 89, 백 90, 흑 120으로 실리를 취하는 것이 무난. 백 66은 89, 흑 66, 백 45로 우변 실리를 챙길 자리.
흑 69가 결정적 미스. 89, 백 90, 흑 70, 백 `가'때 두었으면 백은 속수무책이었을 것. 74까지 백도 불만없는 결과. 이젠 백 76이 거꾸로 찬스를 무산시킨 수. `나'로 뻗어 패를 감행할 자리.
`다'의 곳에 결정적인 팻감이 듣기 때문. 반면 흑은 마땅한 팻감이 없어 백의 낙승이 예상됐던 곳.
이후 국면은 잠시 소강상태에 빠져들었으나 흑 111이 최후의 패착으로 지목. 112에 계속 밀고 나갈 자리. 백 `라', 흑 `마', 백 111 때 흑 `바'에 이었으면 180과 117의 곳이 모두 선수로 들어 백도 곤란했을 것.
백 112가 중앙 흑집의 걸림돌로 작용해 결국 흑은 중앙 경영에 실패, 승부가 결정났다.
양 9단의 기풍은 실리파. 원래 실리파들의 바둑은 치열하다. 선실리를 벌어 놓고 남의 집을 부수는 형들이어서 `파괴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남의 집을 잘 파괴하려면 치열한 싸움이 불가피한 것 또한 불문가지.
그러나 이 판에서 그런 치열한 맛을 양 9단으로부터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추측컨데 작년 말 정상 일보직전에서 실족한 `국기전'과 정상 8∼9부 능선에서 되돌아서야만 했던 `배달왕전'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는 양 9단인 듯하다.
반면 안 3단 등 요즘 신예들은 과감한 선수와 번뜩이는 기지로 선배 기사들을 화들짝 놀라게 한다. 거기엔 평소 충분한 연구가 되어있기에 자신감마저 강하다.
연륜 많은 선배들이 새카만 후배들에게 따금한 맛을 보여주는 것이 상례이거늘 오히려 그들이 선배들을 시험하고 도전하는 것이 오늘날의 추세다.
안 3단은 이 판을 이겨 2차예선 결승에 진출했으나 신세대 선배 윤현석 4단에 제동이 걸렸다. 작년 본선 8강까지 진출했던 안 3단의 활약상을 올해는 보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
49＝32, 59．77．91．121＝45, 62．88．96＝44, 130＝103, 189＝46. 190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