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적과의 동침 (11)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5시 59분
포철을 향해 날 듯이 달려가는 호걸은 한방에 보내겠다는 기세였다. 시험 합사에서 사자들과 싸우는 동안 깨달은 필승 전략이었다. 호걸이 달려드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포철은 재빨리 대응자세를 취했지만 호걸의 앞발이 어느새 포철의 얼굴에 꽂혔다. 포철의 눈 밑에서 피가 튀었다. 선제 펀치가 성공을 거두자 더욱 자신감을 가진 호걸이 다음 공격을 노리는 순간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호걸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사이 포철의 친동생이자 신진파 2인자인 인철이 호걸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피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치명상을 입을 위기였다. 정신을 차린 포철도 자세를 가다듬고, 송곳니를 드러냈다. 호걸이 1대2로 상대하기에는 힘겨운 적수였다. 호걸은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포철과 인철은 추격을 하는 듯 하다가 사태를 관망하기 위해 걸음을 멈췄다. 사파리 곳곳에서 백병전이 한창이었다. 언덕 저편에서는 호걸의 동생인 호구, 호식, 호돌이 해골파 보스 천하와 조직원 백두, 한라를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호걸과 포철에 버금가는 호랑이와 사자의 2인자 그룹의 전투였다. 호랑이 3총사는 사자를 한 마리씩 맡아 맞대결을 펼치려 했지만 사자들은 좀처럼 흩어지지 않았다. 단독생활을 하는 호랑이들은 1대1 싸움은 잘 하지만 단체전에는 약해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성질 급한 호구가 천하를 처치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해골파 3인조에게 포위를 당해 위기를 맞았으나 빼어난 스피드로 탈출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호랑이와 사자가 뒤엉켰지만 사파리의 `계엄군' 패트롤카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지켜보기만 했다. 합사 첫날인 만큼 어느 정도 유혈사태는 감수하겠다는 태도였다. 싸움의 양상은 시험합사를 통해 이미 예상했듯이 호랑이는 치고 빠지는 단독공격으로 일관했고, 사자는 신진파와 해골파, 백골파 등 조직 중심으로 팀 플레이를 펼쳤다. 사파리는 곧 진정됐다. 호랑이와 사자 모두 단기전에 강한 스타일이어서 짧은 시간에 힘을 모두 쓰는 바람에 지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파리 주도권을 위한 피비린내나는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