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 휘태커와 세기의 대결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5시 55분
`하드펀처' 오스카 데 라 호야가 복싱팬들에게 `화끈한 봄'을 예고하고 있다. IBF(국제복싱연맹) 슈퍼라이트급 챔피언인 호야는 체급을 올려 오는 4월 13일 WBC(세계복싱평의회) 웰터급 챔피언 퍼넬 휘태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 이달초 24번째 생일을 갓 넘긴 출신의 호야는 매년 봄만 되면 `빅 카드'를 벌여 복싱팬들을 열광시켜 왔다. 2년전인 95년 봄에는 20년만에 벌어진 `출신 복서끼리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라파엘 루엘라스와 격돌한데 이어, 96년 봄에는 `신－구세대 간판스타의 맞대결'로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와 싸운 바 있다. 두 경기 모두 `세기의 대결'이라는 언론의 표현만큼이나 흥행사들의 요란한 광고와 이에 따른 팬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열기를 뿜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는 법. `세기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결과는 `세기의 졸전(拙戰)'으로 끝나버렸다. 루엘라스는 경기시작 공소리와 함께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다가 2회에 무너졌고, `당대 최고의 복서'라는 차베스도 노쇠현상에다 심한 눈 부상까지 겹쳐 4회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듯 두번씩이나 팬들을 식상케 했던 호야가 지난 10년간 `디펜스복싱'으로 링을 풍미해온 휘태커를 상대로 호쾌한 주먹대결을 예고하고 있는 것. `스위트 피'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는 휘태커는 아마시절이던 지난 84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프로로 전향해 현재까지 40승(17KO)1무1패를 기록하고 있는 관록의 복서. 그는 나이가 이미 서른셋의 `고령'인데다 이렇다할 공격의 주무기가 없는 수비전문 복서이기는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캐리어를 바탕으로 혈기왕성한 호야를 공략하면 의외의 승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휘태커는 지난 1월말 무명의 디오벨리스 후타도를 맞아 두차례나 엉덩방아를 찧는 졸전을 벌여 점수에서 크게 뒤지다가 11회 수세에 몰려있던 중 무의식적으로 휘두른 카운터펀치가 적중해 극적인 역전 ＫＯ승을 거둔 바 있다.
휘태커가 전성기때의 뛰어난 스피드와 쉴새없는 연타, 그리고 받아치기 등의 테크닉을 제대로만 발휘하면 체력과 펀치의 파괴력에서 앞서 있는 호야에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주위의 비관적인 분석에도 아랑곳없이 휘태커 본인은 자신만만하다. 그는 "내 생애 최고의 불행은 바로 상대할 만한 적수가 없었다는 점"이라며 "이제 호야라는 큰 제물(祭物)이 생긴 이상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이 한 경기에서 아낌없이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미국의 복싱팬가운데는 휘태커의 이런 큰소리가 진정한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 미심쩍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휘태커는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을 믿는 팬들도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