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게임] 전선 먹구름
기사입력 1997년 02월 18일 15시 36분
신세대들의 첨단 레저분야로 자리잡은 서바이벌 게임계에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말 발생한 강릉 무장공비침투 사건에 이어 최근 이한영씨 피습 사건 등 북한의 도발위협이 바짝 다가온 가운데, 엉뚱하게 서바이벌게임계도 그 불똥을 맞고 있는 것. 일요일인 지난 16일 서울의 대표적인 야외 서바이벌게임장인 관악산필드에서는 게이머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전역에 갑호비상령이 발령돼 곳곳에서 군－경의 삼엄한 검문검색이 실시되는 마당에 M－16, AK－47 등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서바이벌용 모의 총기류를 가지고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일을 맞아 게임을 즐기려고 벼르던 서바이벌 마니아들은 `혹시나'하는 마음에 경찰서 등에 문의를 했지만, 답변은 "시기상 안 좋으니 자제하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한달이상 지속된 강릉 무장공비침투 사건때도 7만여명을 헤아리는 국내의 서바이벌게이머들은 숨죽여 지낼 수 밖에 없었다. 모의전투인 서바이벌게임의 특성상 실총과 유사한 모의 총기류를 사용하고, 복장도 위장복 등 군복을 착용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자칫 군－경과 오인시비는 물론이고, 심지어 오인발포의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서바이벌게임 애호가인 김윤호씨（26）는 "북한과 관련된 사건만 일어나면 먼저 가슴부터 뜨끔거린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 분단상황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레저활동을 죄라도 지은 것처럼 이 눈치 저 눈치보면서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바이벌 게이머들은 실내 서바이벌게임장을 찾고 있어 그동안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던 실내 업소들은 때아닌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한편 일부 서바이벌 게이머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과 등 PC통신의 서바이벌게임 동호회에서는 게임의 필수장비인 모의 총기류의 손잡이 부분에 흰색 등 눈에 잘 띄는 색깔을 칠해 실제 총기류와 식별할 수 있도록 해 스스로 오해의 소지를 줄이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 어쨌거나 숨죽여지내고 있는 국내의 서바이벌게임 동호인들은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하루빨리 수습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