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근] 축구명가 재건하겠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17일 15시 09분
"안양 LG를 축구명가（名家）로 재건시킨 뒤 은퇴하겠다." `꾀돌이' 김판근（31．안양 LG）이 선수생활의 끝자락에서 이를 악물었다. 지난 95시즌과 96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LG를 올해 기어이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뒤 축구화를 벗겠다는 것. 따라서 97시즌은 그의 은퇴무대가 되는 셈이다. 올해들어 팀내에서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은 김판근은 지난 14일 이곳에 도착한 이후 신인들보다 더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올해로 프로 11년째를 맞은 김은 당초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유럽유학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올 한해 더 그라운드를 누비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김에게 지난 96년은 `최악의 해'였다. 대표팀에서나 소속팀에서나 자신의 실력을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한 것. 부상 때문이었다. 작년 3월 국가대표 전지훈련 도중에는 오른쪽 발목을 크게 다쳐 이후 7월까지 치료에만 전념해야 했다. 8월17일 시작된 후기리그부터는 그라운드에 나섰으나 정상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아 고전, 그가 주도한 LG 수비진은 9개팀 가운데 가장 `골 인심'이 넉넉했다. 96시즌 통틀어 총 40게임중 15게임 출전, 공격포인트 전무. 제11회 아시안컵축구대회（12월3∼22일．아랍에미리트） 때에도 태극마크를 달았으나 8강전에서 에 2대6으로 대패하는 역대 최악의 수모를 당하고 국민들의 따가운 질타속에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지난 1월 개편된 대표팀 명단에서도 제외된 김판근은 "대표팀의 짐을 벗게돼 오히려 홀가분하다. 후배들을 독려해 은퇴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