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국] 급하면 출동 119맨
기사입력 1997년 02월 17일 15시 08분
용병 2명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프로농구는 `토종선수'들의 몫이 나머지 3자리에 불과해 국내선수가 코트에 선다는 것 자체가 `바늘구멍'이다. 따라서 몇몇 스타들을 뺀 나머지 토종선수들에게 프로농구 코트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새얼굴'이 고개를 내밀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16일 나산_현대전을 통해 낯선 한 얼굴이 `좁은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명함을 내밀었다. 나산의 `식스맨' 김현국（27）이 그 주인공. 공격형이라기 보다는 수비형 플레이어로서 김은 두 용병 에릭 이버츠와 에릭 탤리, 그리고 이민형 김상식 김영주로 이어지는 주전 라인에 교체멤버로 자리를 지켜왔다. 두 용병과 `3점슛 도사' 이민형 김상식은 붙박이인 까닭에 김현국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코트에 서는 시간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16일 광주 홈경기에서 보여준 공격과 수비에서의 맹활약은 그의 이름 석자를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식스맨'으로서 이날 10점차로 뒤지고 있던 2쿼터부터 투입된 김현국은 3쿼터 1분이 채 안돼 토드 버나드가 버티고 있는 현대의 골밑을 헤집고 돌진, 동점골을 쏘아올렸다. 김현국은 동점골을 터뜨린지 30초만에 또다시 미들슛을 성공시켜 48-46으로 전세를 뒤집은 주역이 됐고 남은 시간 동안에는 현대의 이지승 유도훈 등 3점포 라인을 꽁꽁 틀어막으며 수비에서 빗장 역할까지도 톡톡히 해냈다.
"패션농구를 지향하는 팀컬러에 맞춰 개막전을 앞두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다가 벤치를 지키는 주제에 눈에 띌 필요가 없다고 생각돼 지난주 다시 머리를 까맣게 물들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시 노란색으로 바꿔볼 생각입니다."
팬들의 시선을 받기 시작한 김현국은 앞으로 달라질 머리색깔처럼 자신의 자리도 `식스맨'에서 `베스트 5'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