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최연소정비 훈련생 윤여옥 양
기사입력 1997년 02월 16일 14시 52분
사내 정비직업훈련원에 `채시라 주니어'가 떴다. 국내 최연소 예비 항공정비사 윤여옥양（18）. 이달초 덕원여고를 졸업한 윤양은 TV 미니시리즈 `여명의 눈동자'의 주인공과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원내에서 `채시라 주니어'라는 싫지않은 별명으로 통한다. 1m67, 48㎏의 늘씬한 몸매의 윤양은 실제로도 채시라 못지 않은 예쁘장한 외모를 갖추고 있어 쉬는 시간마다 과자에 음료수 보따리를 든 남자 선배들이 경쟁적으로 주위를 에워쌀 정도. 윤양은 그러나 대입수능시험이 치러졌던 지난해 11월까지만해도 가족들을 걱정케한 말썽꾸러기 딸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반에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는만큼 대학진학이 가능했는데도 상아탑 꿈을 내팽개치고 훈련원생 모집 시험에 응한 것. "평생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을 갖고 싶었어요. 여성 진출이 적은 희소성 있는 직업인데다 수백명의 생명을 간접적으로 책임져야하는 일이니만큼 보람도 클 것 같았습니다."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 자리 하나 못구해 노는 사람이 허다한 마당에 취직이 보장된 곳에서 용돈까지 받아가며 일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좋으냐는 윤양의 말에 부모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윤양의 겨울방학기간은 덕분에 여느 인문계 고등학교 고3 수험생과 비교해 사뭇 대조적. 대입에 성공한 친구들은 미팅이나 여행으로 모처럼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나 윤양은 오전8시30분부터 8시간동안 꽉 차게 수업을 받고 밤 11시까지 복습을 한뒤 집으로 돌아가는 빡빡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년 고생해 항공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30년이 행복해지는 걸요. 항공기 타이어도 갈고, 항공기에 엔진오일도 넣고…. 선글라스를 끼고 머플러를 휘날리며 제 손으로 정비한 항공기가 날아가는 순간을 꿈꾸다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윤양의 시선은 어느새 2년뒤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