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파노라마] 프로선수의 '양지와 음지'
기사입력 1997년 02월 15일 16시 15분
요즘 중－고생들에게 을 물으면 동양제과의 간판 품목 `초코파이'보다 농구스타 을 먼저 떠올린다. 또 국무총리의 이름 석자는 기억하지 못해도 의 신장은 금방 답하는 청소년들이 부지기수. 그래서 동양구단 직원들도 이 그림같은 플레이를 펼칠 때면 150원짜리 `초코파이'를 1백만개 가까이 팔아야 만질 수 있는 연봉 1억2천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표정이다. 요즘 기아와 함께 공동선두를 유지하며 잘나가는 동양의 은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초미의 관심거리. 경기가 시작되기전 몸을 풀기 위해 트레이닝복 상의만 벗어도 극성팬들은 안달이 난다. 하지만 화려한 양지가 있으면 춥고 배고픈 음지도 있게 마련. 스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과는 달리 프로농구 코트에서 트레이닝복 한번 벗어보지 못하는 후보선수들도 허다하다. 이들은 대개 각 구단이 경비절감을 이유로 지방경기 원정에서 제외시킨다. 동양의 막내 C선수（21）는 자기팀의 지방경기는 적막감마저 감도는 숙소에서 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지난 95년 고교 졸업과 함께 실업 동양제과의 창단 멤버로 입단한 그는 원년시즌 연봉 계약대상에서 제외돼 고졸사원에 준하는 월급을 받고 있다. 막내인 탓에 온갖 궂은 일은 모두 그의 몫. 연습이나 경기가 끝난 후 선배들이 던져주는 땀에 절은 유니폼을 세탁기에 넣으며 그는 의 유니폼을 유난히 오래 매만진다. 그가 매달 받는 봉급은 의 액수에 1/15도 미치지 못하는 `푼돈'. 몇푼 안되는 돈으로 버스운전을 하다 쉬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 등 세식구의 생계를 책임진다. 스타들이 즐비한 동양의 국내선수 라인업과 용병들 틈바구니에서 그가 언제 프로코트에 나설지는 아무도 기약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2년안에 가능성을 보여 구단과 정식 연봉계약을 할 경우 프로선수로 등록돼 현재의 샐러리맨으로 `U턴'이 불가능해진다. 물론 그 역시 몇몇 스타들만이 챙기는 지원금같은 것은 1원짜리 한장 받아본 적이 없다. 당장 내일도 예측할 수 없는 그로서는 실업시절 `평생 직장'을 보장받았던 때가 못내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