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스타일기] 서승만 (11)
기사입력 1997년 02월 15일 16시 12분
"그런데 넌 무슨 공부를 하니?" "고시공부요." "음, 그래? 공부하다 좀 어려운게 있으면 나한테 종종 물어봐. 나도 앞으로 이 도서관을 자주 올거거든." 김화경은 나의 진지한 말과 표정에 곧바로 "그러마"고 대답했다. 며칠후 같은 도서관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다. 나는 재회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자판기 커피를 샀다. 그녀는 내게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개그맨이라면서 언제 고시를 봤어요. 행정고시예요 사법고시예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헌법책이다. `아이고 이거 큰 일 났네, 검정고시인줄 알았더니 진짜 고시라니. 공부를 못해 서울예전도 간신히 들어갔는데'. 그렇다고 즉석에서 무식을 탄로낼 수야 있나. 난 아주 태연한 표정으로 "여러 과목중에서도 헌법은 특히 공부를 많이 해야지" 하면서 그녀의 책을 보는 척 했지만 알만한 내용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난 그 도서관을 나가지 않았다. 주로 안에 있는 자료실을 이용했다. 하지만 인연이 될 사이였는지 몇달후 후배 여자를 통해 또 다시 그녀를 만났다. 난 사실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고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던듯 빙그레 웃기만 했다. 행정학과를 졸업한 아내는 나와 결혼을 한 후에도 줄곧 고시공부에 매달려 도서관에 파묻혀 산다. `개그맨들의 아내는 모두 미녀'란 말과는 달리 내 아내는 썩 예쁜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 만난 그때 처럼 항상 상냥하고 착하다. 나와는 영 딴판이다. 결혼한지 2년이 됐지만 아직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아내가 고시에 붙을 때까진 2세를 낳고 키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