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일기] 서승만 (10)
기사입력 1997년 02월 14일 14시 39분
`과거가 있는 여자는 용서해도 못생긴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 숱한 여성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난 밤무대 등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여자의 생명은 얼굴'이란 골자의 개그를 자주 했다.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만 나의 이런 주장을 여자들도 수긍하곤 했는데 사실 박수치고 좋아한 여자들은 모두 얼굴이 예뻤던 것같다. 아무튼 여자들에겐 대단히 짓궂은 나한테도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든 천사가 있었다. 바로 지금의 아내 김화경이다. 아내를 만난 것은 3년전 TV `웃으면 복이와요'에 출연하던 때다. 당시 난 배영만 선배 등과 함께 출연하던 `만주에 뜨는 별'의 대본을 직접 쓰고 있었는데 자료 때문에 방송이 없는 날엔 주로 도서관에서 살았다. 김화경은 신촌에 있는 시립도서관에서 만났다. 아이디어를 쥐어짜다 잠시 머리를 식히러 커피자판기로 갔는데 아주 곱상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꼬마 아가씨가 커피를 뽑으려다 말고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양보를 했다. `거참 예쁘게 생긴 것만큼이나 맘씨도 곱네' `이런 여자에게 말 한마디 안건네는 건 사나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태도를 보아 나를 알아보지는 못하는 것같았다. 아니 스타를 못알아보다니. 약간 자존심이 상했지만 착한 마음씨가 맘에 들어 매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나 모르니?" 하고 묻자 "누구신데요?" 하고 대꾸했다. "오메 오메 텔레비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여러번 실렸는데 아직도 나를 모른단 말여?" "난 TV는 잘 안보거든요." 우리의 대화는 첫 마디부터 아귀가 맞지 않았지만 이런 인연으로 나란히 커피를 마시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