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러브호텔 원조는 연산군의 '거사'
기사입력 1997년 02월 14일 14시 15분
세종대왕의 둘째 며느리는 레즈비언이었다. 연산군은 이동식 러브호텔을 만들었다.
지어낸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모두 `조선왕조실록'에 나와있는 사실(史實)이다.
`어 그래? 조선왕조실록'(일빛)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 가운데 기상천외한 사실들에 주목해 만들어낸 재미있는 책이다. 제목대로 `어 그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한 사실들만을 뽑아내 편집한 것.
세종대왕의 둘째 며느리 봉씨는 레즈비언이었다. 그녀의 파트너는 소쌍이란 여종. 이를 눈치챈 세종은 소쌍으로부터 "빈께서 윽박질러 옷을 반쯤 벗고 병풍속에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빈께서 저의 나머지 옷을 다 빼앗고 강제로 들어와 눕게 해, 남자와 교합하는 형상과 같이 서로 희롱했습니다"라는 자백을 얻어낸다.
고민끝에 세종이 봉씨에게 `열녀전'을 읽게 하자 그녀는 "내가 어찌 이것을 배운 뒤 생활하겠는가"하며 며칠만에 책을 뜰에 던져버렸다. 봉씨는 마침내 세자빈 자리에서 쫓겨나고 친정아버지에 의해 죽었다.
연산군은 이동식 러브호텔을 만들었다.
"왕은 작은 방을 만들어, 언제나 밖으로 나가 즐길 때면 사람들을 시켜 들고 따르게 했다. 길가일지라도 음탕한 놀이를 하고 싶으면 문득 이것을 설치하고서 들어갔다. 그방을 이름붙여 거사(擧舍)라 했다."
`연산군일기'의 한 구절이다. 연산은 10개월뒤 거사(擧事)를 만나 쫓겨나니 바로 중정반정.
조선조의 남녀 관노비는 출산휴가를 받았다.
1426년 세종은 "관청의 계집종이 아이를 낳으면 100일 동안의 출산휴가를 주라"고 형조에 지시한다. 세종은 4년뒤 다시 산전휴가 30일을 추가토록 하고, 또 3년 뒤에는 남편에게도 육아휴가를 실시토록 조치한다.
이밖에도 작은 목차를 일별해보면 하나같이 흥미를 끌지 않는 것들이 없다.
`사람고기를 먹던 숙종 당시' `근친혼인이 성행해 문제가 된 한강 가운데 섬' `최초의 직장여성은 의녀(醫女)와 여형사' `말조심 팻말을 목에 걸고 다닌 공무원' `귀고리를 한 남자들' `안마를 세게 해서 반역자가 된 시녀' 등등….
지은이인 노희찬씨(41·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대표)는 "조선조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정리하면서 오늘의 역사가 과거의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