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이데이] 애인없는 처녀-총각 신세 한탄
기사입력 1997년 02월 13일 14시 37분
"밸런타인이 웬수야."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전달하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밸런타인 노이로제'가 만연하고 있다.
남성들이 막무가내로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른바 왕자병환자들은 자신이 직접 마련한 초콜릿으로 `인기'를 과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회사원인 오은주씨（25·여）는 "직장동료는 물론 상사까지도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타령을 하고 있다"면서
"총각이라면 모르겠지만 유부남까지 밸런타인데이를 빌미로 초콜릿을 반강제적으로 얻어먹으려는 심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치근덕거리던 남자들이 밸런타인데이를 핑계로 공개적으로 초콜릿을 요구, 난감해 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게 오씨의 얘기.
평소 애인이 없어도 별 신경 쓰이지 않던 총각이나 처녀들 역시 밸런타인데이인데도 불구하고 초콜릿을 받거나 주지 못하는 신세를 비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S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유명 호텔나이트틀럽에서는 이날을 아예 `짝짓기의 날'로 간주, 짝이 없는 선남선녀들에 대한 완벽한 `부킹'을 내세우고 있다.
정경훈씨（30·회사원）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받지 못하는 `불출이'냐는 직장 동료들의 비아냥이 싫어 회사 사무실로 초콜릿을 배달주문했다 "면서
"그렇지 않아도 주머니가 허전한데 그럴듯한 초콜릿을 준비하느라 5만원을 날린 것을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밸런타인 노이로제는 `문어발식 사랑'으로 여러명의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들도 겪기는 마찬가지.
여자 친구마다 초콜릿을 전해주겠다는 이유로 이날밤 데이트를 요청, 몸 하나 갖고는 도저히 감당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이를 회피하기 위한 갖가지 묘안이 백출하고 있다.
이승현씨（28·회사원）는 "밸런타인데이 당일인 14일밤에 4건의 데이트가 겹쳐 고민"이라면서
"무선호출기의 예약호출기능을 이용, 시간마다 삐삐가 울리면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가봐야 되겠다'고 자리를 피할 생각"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