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종석] 부활피칭 맑음
기사입력 1997년 02월 13일 14시 30분
`눈부시게 맑음'. 엷은 잉크빛 하늘이 연일 펼쳐지고 있는 호주에서 요즘 롯데 （24）은 벙긋벙긋 웃고 다닌다. 눈만 마주쳐도 미소짓는 서양사람들을 흉내내서가 아니다. 3시간 남짓 짧은 훈련이지만 매일 벅찬 감격을 맛보기 때문이다. 전지훈련 10일째를 맞고 있는 그는 국제선 비행기 트랩을 오를때까지만 해도 의심에 가득차 있었다. 작년말 2달간의 구로시오 교육리그서 재기 확신을 얻었지만 날씨가 추운 국내에 돌아온 뒤론 3개월여간 피칭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공을 다시 던져 팔꿈치가 아프면 어쩌나 했어요. 그런데 호주에 와서 던져 보니까 볼에 더욱 힘이 실리고 팔꿈치도 더 가뿐한 느낌이에요." 골드코스트가 두번째인 은 "올해는 밥값을 하고 돌아갈 것 같아 가슴을 쫙 펴고 식당을 드나들고 있다"고 익살을 떤다. 95년 12월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한 은 작년 호주 전지훈련때 한달 동안 재활트레이닝만 하느라 `눈칫밥'만 먹었다. 그는 올시즌 목표를 12승이라고 밝힌다. 동료들은 "15승이면 15승이지 12승은 또 뭐냐"고 핀잔을 준다. "재활속도와 컨디션을 고려해 최저치로 잡은 거예요. 일단 12승을 하면 목표는 당연히 상향조정 되는 거죠." 에겐 한번의 고비가 더 남아 있다. 현재 60％로 30∼40개씩 던지는 볼을 15일부턴 80％로 `파워업'하고 투구수도 두배 이상 늘릴 예정이다. 13일 의 피칭을 지켜본 양상문 투수코치는 "그거야, 좋아, 좋아."를 목이 쉬도록 외쳐 댔다. 훈련뒤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양코치가 싱거운 농담에도 "까르르" 웃는 이유를 은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