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상] 젊은작가 우수작 중점전시
기사입력 1997년 02월 13일 14시 26분
인사동 거리의 전시장들이 수익성 좋은 타업종에 등을 떠밀리고 있는 가운데, 은행과 커피점을 내치고 대형 화랑을 여는 젊은 기업가가 나타나 눈길을 끈다. 화가 이상원씨(62)의 맏아들인 이승형씨(31). 트로피아 무역 대표이사이기도 한 이씨는, 인사동 4거리 밑 서울은행 자리 1, 2층에 220평의 `갤러리 상(1)'을 4월 10일경 열고, 이후 맞은 편 커피숍 자뎅을 `갤러리 상(2)'으로 보수, 개관할 예정이다. 이씨는 어려서부터 부친과 누나 은경씨(34．동양화가)를 통해 그림에 대한 안목과 사모의 정을 키워온 문화인물. 갤러리 개관의 꿈은 6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누나의 전시를 준비하면서 젊은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갤러리 상'은 젊은 화가를 위한 기획초대전 중심으로 또 대중과 호흡하는 갤러리로 운영할 겁니다. 좋은 작가들에게는 대관도 가끔 해줄 생각이구요."
이씨는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지연, 학연 등을 떠나 우수 작품 위주로 초대 작가를 선정하고, 갤러리 운영도 합리적으로 해나갈 계획.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시드니대학 대학원 경영학과를 수료한 이씨는, 그동안 뉴욕, 일본 화랑 실무자들을 통해 화랑 경영과 시스템을 배우는 치밀한 사전작업을 거쳤다. "갤러리 운영이 사업성 없고 적자보기 십상이란 건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리잡을 때까지는 자금을 트로피아무역에서 끌어올 생각이에요. 그동안 무역업으로 뚫은 거래선을 그림판매로 연결, 운영의 다각화를 모색중입니다." 이씨가 요즘 보기드물게 용감하게 문화 사업을 시작하게 된 데는 월 4천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포기하고 아들을 밀어준 부친 이상원씨의 지원이 초석이 됐다.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기왕할 바에는 최고가 돼라 했어요. 아들이지만 매사에 보기드물게 일을 처리해 잘해나갈 것이라 믿습니다"는 이상원씨는 "비록 아버지지만 간섭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 잘라 말했다. 부친 이씨는 자수성가한 화단의 아웃사이더 작가. 초상화에 뛰어나 험프리 부통령의 초상화, 안중근 의사의 영정을 그리기도 했던 그는, 1975년 국전을 통해 등단했으며 중앙미술대전(특선), 동아미술제(동아미술상 2번)로 그림솜씨를 인정받았다. 대원보일러 대표로 사업일선에 있었으나, 40세 이후부터 지금까지 하루 7∼10시간씩 그림만 그리는 전업작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