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비문제점] 특정 브랜드 독점 고무줄 가격 조장
기사입력 1997년 02월 13일 14시 25분
대형 유통점들은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유럽, 일본의 재고품을 헐값에 수입하거나 특정 브랜드의 특정 모델을 독점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국내에 가격 비교대상이 없어 소비자가격을 한껏 높게 표시한 뒤 할인 인심(?)을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정 고급모델을 싸게 판다는 광고를 내고 소비자가 찾아오면 "다 팔렸으니 다른 것을 사라"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A사'와 `S사'가 모두 자주 사용하는 기법. 숍측에서는 "한정품이어서 금방 절판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절판된 상품이 계속 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일단 불러모아놓고 보자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점원들이 스키 장비에 대해 지식이 없는 것도 문제. 김동수씨(PC 통신 사용자)는 분당의 `S사' 체인점에서 "세탁하면 줄어든다"는 점원의 말을 믿고 사이즈가 큰 스판바지가 샀다가 환불도 수선도 거절당했다. 작은 부츠를 "꾹 참고 타면 늘어난다"며 권하는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 체중, 키, 경력은 물론 발의 모양, 스키 스타일까지 꼼꼼하게 고려해 알맞은 모델을 권하는 것이 스키 판매의 정석. 그러나 대형유통점에서는 자세한 상담없이 스키를 팔고 있는 실정.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입품의 소비자가격을 수입원가의 2.9배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스키는 원산지가격의 8배, 수입원가의 4배 이상 부풀려져 있어도 이상하게도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더욱 기막힌 것은 높게 책정된 소비자가격 탓에 스키용품이 호화스포츠용품(50만원 이상)으로 분류돼 소비자들은 굳이 내지 않아도 될 특소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격의 거품은 수입상측에서 조장하는 부분도 있다. 수입상들은 메이커들로부터 국내 수요 이상을 수입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매년 전체 수입량의 30% 이상이 재고가 되고 있는데 대형유통점들은 재고품을 처리하는데 큰몫을 하고 있다. 수입상들은 소비자가격의 거품이 제거돼 대형유통점이 설곳을 잃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소규모 전문숍들이 중심이 되어 수입상들에게 소비자가격을 낮춰줄것을 요구했다가 거부 당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가격 체계 때문에 소비자들은 항상 바가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 대형 유통점들은 이를 십분 활용해 도깨비같은 할인 놀음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 할인 유통점의 등장 이후 복마전이 돼버린 국내 스키시장. 그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스키문화도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혼란을 없애는 길은 마구잡이로 올려진 소비자가격의 거품을 빼는 것 외에는 없다고 스키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