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택] 용병에 치이고 체력도 허덕
기사입력 1997년 02월 12일 14시 57분
`황새' （金裕宅·34·부산 기아）은 요사이 심기가 그리 편치 않다. 국내 최고의 센터로 군림하던 이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외국인 선수들이 들이닥쳐 설자리마저 잃었기 때문. 지난 2일 현대와의 홈개막전서 벤치를 지킨 뒤 그동안 4게임에 모두 교체선수로 코트에 등장한 것. 4경기 통틀어 18득점 5리바운드를 올려 게임당 평균 4.5득점 1.25리바운드에 그쳤을 따름이다. 이방인 팀동료 클리프 리드（평균 28.2득점 11.6리바운드）와 로버트 윌커슨（평균 17.2득점 10리바운드）의 성적표에 한참 못미친다. 허 재 등 최고의 가드진을 보유한 기아는 포스트 보강을 위해 2명의 용병을 포워드로 선발, 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경기에 나가도 힘좋은 용병센터를 전담마크하다 보니 파울이 많았고 등록선수 가운데 최고참으로 체력도 문제였다. 연승행진에 종지부가 찍힌 11일 나래전에서는 99－104로 뒤진 경기종료 1분14초전 결정적인 3초룰 위반을 범하는 바람에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은 무적의 `허_동_택 트리오'를 형성, 전무후무한 기아의 농구대잔치 7차례 우승신화를 연출했던 주역. 하지만 프로무대에선 어느새 `택'은 사라지고 대신 김영만이 가세한 `허－동－만 트리오'가 팀의 핵으로 자리잡는 광경을 그저 바라만 봤다. 지난 농구대잔치에서 사상첫 2천500리바운드에다 역대 4번째이자 센터로서는 처음으로 4천득점의 위업을 달성한 . 이름에 걸맞게 허 재와 （동양）이 받은 연봉 1억2천만원에 이어 랭킹 3위인 1억1천900만원에 계약했다. 자존심 만큼의 대접을 받았기에 내심 프로농구에서 용병들과 당당히 맞서 실력을 발휘하리라 몇번이고 되뇌었다. 결국 이러한 의 다짐은 시즌 개막후 현실의 높은 벽에 막혀 그빛을 잃었지만 다시 한번 솟아오를 희망 만큼은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