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시장] 거품 가격에 감춰진 '검은 상술'
기사입력 1997년 02월 12일 14시 50분
요즘 스키에 붙어 있는 `소비자 가격'을 다 주고 사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 소비자 가격의 상당 부분이 엄청난 에누리를 감안한 거품이기 때문이다. 스키 판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에서 생산된 스키가 국내로 들어와 도－소매 시장을 거치면 처음 가격보다 최고 8배까지 부풀려진다. 대형 스키유통 체인의 주요 판매 전략이 바로 거품 투성이의 소비자 가격을 등에 업은 허울 좋은 `할인'. 예컨데 10원짜리 상품에 50원짜리 가격표를 붙였다면 80% 할인을 해야 정상 가격이 되는 것이다. `S사'의 체인점에서는 지난 시즌 소비자 가격 39만원짜리 R사 스키 플레이트가 49만원짜리 가격표가 붙여진 채 할인 판매되고 있다. 스키의 품질이나 실제 가격을 파악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할인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이용, 소비자 가격을 올린 뒤 할인율을 크게 해 싸게 산다는 착각을 들게 만드는 것이다. 자선사업가가 아니면 불가능해 보이는 `90% 할인' 광고의 대상 품목인 소비자 가격 24만원짜리 `TUA' 플레이트. 이 제품은 `S사'가 만드는 국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것으로 탈바꿈(?) 했다. 품질이 떨어지는 탓에 수출길마저 막혀 `악성재고' 상태인 이 플레이트는 90% 할인하면 단돈 2만4천원이며 스키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조잡하다. 그러나 이 제품은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는 `미끼' 역할을 한다. 90% 할인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액세서리라도 구매하기 때문이다. 매장에 온 고객들에게 대기 번호표까지 발행했던 `A사'의 경우, 소비자들은 "당초 기대와는 전혀 달랐지만 줄서서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뭔가 하나 사들고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구모델이 신모델로 둔갑해 팔리는 경우는 스키의류쪽이 가장 심하다. 2년전, 심지어 3년전 모델이 버젓이 새모델로 분류되어 신상품 할인율이 적용된 채 판매되고 있는 것. 유사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A사'의 광고는 걸작이다. `피닉스'나 `필라' 등이 소비자의 인지도가 높은 점을 이용해 광고 문구에 `피닉스 스타일', `필라 스타일' 등으로 써넣은 것이다. 그것도 브랜드 이름은 크게 써놓고 `스타일'이라는 글자는 돋보기를 들이대어야 보일만큼 깨알만하게 적어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