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이성재 4단 ●권효진 초단
기사입력 1997년 02월 12일 14시 50분
총보(1∼254)＝초반 포석은 그런대로 평범했다. 최초의 의문수는 백 44．46. 무거운 행마였다. 그냥 `가'로 뛰어 나갈 자리.
흑 47 끊음은 강수. 그런데 흑 51은 52에 잡아두는 것이 두터웠다. 백 52도 191 자리가 정수. 어쨌든 55까지 흑이 활발한 형국이다.
흑 69 이하 77까지 실리 위주로,흑은 계속 국면을 앞서 나간다. 아쉬운 것은 흑 91로는 103 자리가 공격의 급소. 그랬으면 백이 난감했을 것. 흑 97도 98의 곳이 큰 끝내기.
이후 야금야금 백의 추격전이 벌어졌는데 흑 165가 실착. 자충의 한수로 두지 않음만 못했다. 이 수로 인해 백 172．174 수가 성립, 정말 백의 추격이 턱 밑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여전히 흑의 미세한 우세(반집 정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백 188이 최후의 패착. 242의 곳을 아낌없이 선수하고 197에 역으로 젖혀 잇는 것이 최선. 이랬으면 반집의 행운은 누구의 차지가 될지 알 수 없는 국면이었다.
이 판은 백이 못 두었다기보다 흑이 매우 잘 둔 한판. 끝까지 별 흔들림없이 선착의 효를 지켜나간 일국. 승부가 아슬아슬하게 `반집'까지 가게된 것은 흑으로서 결정타를 놓쳤기 때문인데 후반 백의 치열한 추격전도 볼만 했다.
이 판을 두기 20일 전 이 4단은 9단을 꺾고 대왕전 도전자로 나서 물이 오를대로 오른 상태. 그런 그가 권 초단 앞에 무릎을 꿇으며 1차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작년 중견의 돌풍을 몰고 왔던 김동면 6단도 다름아닌 권 초단 앞에서 15연승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던가. 그때도 이 판과 마찬가지로 흑으로 반집승을 거둔 것이 묘하다.
작년 한해 권 초단의 성적은 18승1무26패. 객관적인 성적만 갖고 평하기보다 이 판이 이 4단과 같은 `지옥의 1차 예선 멤버'들을 상대로 일군 성적이란 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또한 올해 권 초단은 `천원전'에서 2차예선에 진출한 것을 신호탄으로 `기성전'에서도 차수권, 나종훈 4단 등 중진의 실력자들을 물리치고 2차예선에 진출, 여류의 매운 실력을 과시했다. 이젠 본선 멤버로서의 도약을 기대해 보자.
244＝200, 250＝229, 251＝46, 252＝165, 253＝134, 254＝233, 254수끝 흑 반집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