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온정 답지.. 훈훈한 모래판 동지애
기사입력 1997년 02월 11일 19시 10분
프로씨름단 한보선수들이 추위속에서도 `훈훈한 세밑'을 보냈다.
모기업인 한보그룹의 부도사태로 훈련비조차 조달하기 어려운 처지에 빠진 한보선수들이 씨름계의 따사로운 온정으로 결코 `외롭지만은 않은 정초（正初）'를 맞고 있는 것.
지난 95년초 신인선수들로 프로씨름판에 새롭게 뛰어들면서 "멀지 않아 천하장사도 나올테니 두고 보라"며 자신감에 넘쳐있던 한보선수들.
2년이 지난 올해까지 아직 이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작년에는 `염라대왕' 염원준（21）을 신인왕에 등극시켜 창단 3년째인 올해는 무언가 `큰 일'을 내겠다며 샅바끈을 졸라매고 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초 `그룹내의 한파（寒波）'로 이제 스물을 갓 넘은 `어린 씨름꾼'들의 이같은 꿈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를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동업자'의 어려운 처지를 안 씨름계 이곳저곳으로부터 `마음과 정성'을 담은 `작은 뜻'이 답지하고 있는 것이다.
설연휴 첫날인 지난 7일 한보와는 `라이벌'인 LG증권이 80㎏짜리 쌀한가마와 쇠고기 50근을 전달한데 이어 8일에는 한국씨름연맹이 현금 100만원과 과일 5상자를 가락동 한보숙소로 보냈다.
특히 LG증권의 어윤태 단장은 `온정'을 베푼 이튿날 한보씨름단으로 전화를 걸어 "물건을 보냈다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형편이 나아지면 갚으면 되지않느냐"며 위로까지 해
한보선수들로 하여금 더욱 따사로운 정을 느끼게 했다.
한보선수들도 "어려움이 없을 때야 돈 100만원이나 쇠고기 50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처지가 이렇게 되고 보니 주위 여러분들의 도움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콧등이 찡한 표정들이다.
또 한보 박대근 단장의 친지들은 얼마전 `선수들을 돕기 위한 모임'을 갖고 즉석에서 갹출한 300만원을 선수들에게 전달해 씨름단의 `없는 살림'에 큰 도움이 됐다.
이같은 `미담'이 지난 9일 설날장사씨름대회가 벌어진 장충체육관에 퍼지면서 여러 단체가 한보를 돕겠다고 나서 "생각하는 만큼 세상이 그렇게 메마르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프로를 전담하는 한국씨름연맹의 `아우'격인 한국아마씨름협회가 한보씨름단을 위해 `작은 정성'을 준비하고 있고 LG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6개 프로씨름단에서도 `동업자'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