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부자작가 작품 연속 전시
기사입력 1997년 02월 11일 17시 56분
아들이 앞서고 아버지가 뒤따른다.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결국 고국땅을 밟지 못했던 고 이응로화백(1904∼89)과 그 아들인 재불작가 이융세씨(42). 두 부자작가의 전시가 이달중 서울시 중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734－8215)에서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이씨의 첫 고국전은 20일까지, 고암의 전시는 그 뒤를 이어 25일부터 3월 9일까지이다. 어머니 박인경 여사와 함께 내한한 이씨는 "고국에 내보일만한 작품이 이제야 마련돼 전시가 늦어졌다"며 상기된 표정. 이씨의 작품은 입체감 강한 한지 작품들. 300호의 대작을 비롯, 30여점이 걸려 있는데, 물들인 한지를 조각한 목재에 탁본해 한지 특유의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볼륨감을 살리고, 그위에 채색을 한 것이 특징. 10여년전 처음 이 기법을 창안했을 때 고암이 누구보다 기뻐했다고 박인경 여사가 옆에서 설명을 거든다. 출품작들은 네모진 창이 가득한 `도시', 푸른색이 신비로운 `바다', 검붉은 색이 환상적인 `석양' 등 자연과 주위 환경에서 얻은 이미지를 기초로, 동양적 정서가 풍요롭다. 한편 고암의 출품작은 50∼60대의 원숙한 장년기에 절정을 이뤘던 문자추상 60여점. 서예와 동양화의 선, 한자와 한글의 획의 움직임에서 출발한 공간구성과 조화 등으로 이뤄진 작품들은, 서구미학에의 대응과 우리것에의 천착,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예술적 실현으로 고암의 예술적 절정기를 압축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들이다. "아버지는 제게 특별한 분이었어요. 생애 최고의 스승이었던 그분은 항상 큰 사랑으로 지켜보고 가르쳐주셨어요. 그분이 큰 산이어서 제 길을 찾기가 힘들었지만, 배울 게 너무 많아 좋았어요." 고암이 지난 58년 파리에 정착할 때 세살이었던 이씨는 동양화의 정통수묵 정신에 서양화의 조형기법을 가미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친 부친의 영향으로 자신도 모르게 한지 작업을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파리 그라픽미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 등지에서의 정규미술교육을 거쳐 전업화가로 일해왔다. 프랑스 지마레 갤러리 전속작가로 일본 도쿄의 아타 고야마갤러리 전시가 예정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