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 나는 살아있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10일 17시 24분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포항 스틸러스의 `017해결사' 박태하(朴泰夏·29·MF)가 동계 전훈지 미야자키에서 독기를 뿜어내고 있다. 프로경력 7년의 베테랑이지만 갓 들어온 신인과 같이 훈련의 맨 앞줄에서 연일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 국가대표라는 화려한 과거도 모두 잊기로 한 박태하의 이같은 오기서린 몸사위를 자극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난시즌 부침을 거듭했던 성적표다. 그의 지난해 성적은 반환점을 중심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코리안리그 전기리그에서 4골 2도움을 기록, 요긴한때 한방씩 날려주는 해결사로 활약하며 포항의 12게임 무패행진을 주도해 준우승을 견인했다. 타고난 부지런함에 화려한 테크닉과 근성까지 갖춘 그는 나이에 걸맞게 농익은 기량을 펼쳐냈다. 이를 방증하듯 박태하는 국가대표로 발탁돼서도 한껏 기세를 올렸다. 지난해 8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11회 아시안컵 1조예선서 3게임 통틀어 팀내 최다인 6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치솟은 주가와 때맞춰 5천만원의 거액을 받고 신세기통신의 `017' 광고까지 찍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하반기로 들어서자 일이 꼬여나갔다. 후기리그 5골 2도움으로 제 역할을 해냈으나 팀의 우승을 노리다 3위로 추락, 그의 성적도 더불어 초라해질 수 밖에 없었다. 또 제11회 아시안컵 본선 국가대표팀에 발탁, 아랍에미리트로 출정했으나 뒤늦게 독일에서 입단테스트를 받다 합류한 (27·LG)에게 밀려 엔트리에서까지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고 결국 올해초엔 국가대표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다. "아직 녹슬지 않았습니다." 이번 겨울훈련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