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경상도식 사랑법
기사입력 1997년 02월 10일 16시 29분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고유언어가 있어서 다중언어 사용국가처럼 한 나라 안에서 통역이 필요한 불편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심한 사투리는 때때로 언어 소통에 지장을 주는 수가 있다. 경상도 말을 한번 들어보자. 경상도 사람들이 억수로, 디기, 억빠이, 억쑤, 대끼리, 대빠리, 천지 빼까리… 등의 말을 썼을 땐 `아주'라는 뜻으로 통일해 알아 들어야 한다. 사투리가 두세가지 어울려 아예 문장을 이루는 경우는 더욱 더 헷갈린다. 표준어가 경상도말로 어떻게 바뀌는지 몇가지만이라도 적어 드릴테니 메모해 두셨다가 사전으로 쓰시기 바란다. 자기 사랑해！: 내는 디져도 그런말 몬한다！ 그 녀석 다리를 부러뜨려 버릴 거야: 글마 달간지를 빠셔삘끼다. 비누가 두부처럼 됐구나: 사분이 조포맨키로 되삐다. 여보 나 회사 다녀 왔소: 아는? 구수한 냄새가 나는군. 저녁 메뉴가 뭐야: 밥도. 우리 그만 잠자리에 들자구: 온나. 경상도 아가씨를 애인으로 둔 한 사나이가 겪은 불행한 이야기다. 두 남녀는 애초에 싸우는 것으로 만났다. 사실 그것도 사투리 때문에 일어난 일이긴 했지만. 여자가 남자를 처음 봤을 때 "문디 자슥, 지랄하네！"했는데 남자는 물론 그 욕설(?)에 버럭 화를 냈지만, 경상도에서는 그것이 `햐！ 그 청년 멋지고 발랄하다'쯤의 뜻이 될 뿐이다. 그들은 마음과 다른 곳(?)도 맞아 금방 조용한 모 공간으로 갔다. 두사람이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일정한 시간 동안 수면과 그 밖의 일. 그리고 요구르트를 제공하는 －어휴！ 답답해. 그래！ 여관이다－ 곳에 갔다. 남자는 방바닥을 보는 자세를, 여자는 벽이랑 천장쪽을 보는 자세를 취하고 격렬한 동작이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시게！ 시게！"라고 외쳐대지 않은가. 그동안 경상도말을 어느 정도 익힌 남자는 `시게！'라는 외침이 `세게！'라는 것으로 이내 알아듣고 더욱 더 기운을 냈다. 방바닥이 울리고 벽이 흔들리다가 덜컹거리던 큰 `벽시계'가 떨어져 남자의 머리통을 강타하고 말았는데, 그가 현장서 숨졌다든가, 뇌수술을 받고 겨우 살았다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