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수] 혹한속 경기강행 일쑤
기사입력 1997년 02월 09일 15시 25분
`맹추위에 웬 야구?' 외야 한쪽 구석에 며칠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동대문야구장에서는 최근 은 물론 지방고교팀끼리의 연습경기가 연일 열리고 있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있어도 몸이 떨리는 영하의 차가운 날씨지만 10대 선수들은 추위도 잊은채 곱아진 손을 호호 불며 방망이를 휘두른다. 지난주에는 눈이 내리는 바람에 경기가 취소되는 `강설（降雪） 콜드게임'의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하루 6개팀이 두시간 제한에 3경기를 치러 투수들은 미처 몸 풀 시간없이 마운드에 올라가야 한다. 고교선수들이 실전과 다름없는 경기를 갖는 이유는 대통령배 대회 예선이 한달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 비시즌이 아니면 전국대회의 무대인 동대문야구장에서 경기를 가질 기회가 힘들어 `성동원두'가 때아닌 `시장바닥'이 되고 있는 것. 돈이 많이 드는데다 의 금지 조치로 처럼 해외전지훈련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추위속 경기 강행에는 부상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충격을 던져준다. 삼성 스포츠과학지원실 안병철부장（스포츠 의학박사）은 "뼈의 강도가 약해지고 근육과 인대가 수축된 겨울에 옥외에서 타격이나 피칭을 하게 되면 치명적인 부상의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야구 선수들은 실내에서 가벼운 운동만 해야 된다"고 경고한다. 또 허구연 본지 해설위원은 "2∼3년전부터 프로에 입단한 굵직한 신인중 9명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것은 혹한기의 무리한 경기강행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주먹구구식 훈련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에 입단한 투수 은 어깨 부상으로 한게임도 못뛰었고 97신인인 삼성 변대수, 해태 오철민 등은 전지훈련이 시작되자 마자 부상으로 조기귀국 조치를 당했다. 이는 고교시절의 무리한 훈련및 경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스포츠의학자들의 진단. 고교팀 감독들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그 눈앞의 성적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