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야구협회의 추잡한 거래
기사입력 1997년 02월 09일 15시 25분
지난 80년대초 민준기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는 단순히 공직（철도청 공무원）에 있다는 이유로 사직을 강요당했다. 까지 들썩거렸던 진정과 투서에 현 야구협회 고익동 부회장이 관여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야구협회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은행 지점장인 K씨를 전무이사로 앉혔다. K씨는 야구협회 실무를 관장하는 전무이사직을 수행하는데 적임자이긴 하지만 문제는 바쁘기 그지없는 은행의 일선지점장이라는 점. K씨를 추천한 이는 고익동 부회장이다. 요즘 아마야구계는 프로출신의 지도자 등록유보로 시끄럽다. 지난해 8월 이현태 야구협회장은 프로출신이 아마야구 지도자로 진출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렸었는데 불과 5개월만인 지난달 24일 새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이를 유보시켰다. 이로 인해 최근 몇달사이 초－중－고와 대학의 감독, 코치, 인스트럭터로 무더기 진출을 했던 90여명의 프로 출신들과 각급 학교는 현재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신임 야구협회장이 현황도 파악하기전 `졸속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올림픽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고부회장의 복귀가 깔려 있다. 고부회장은 대의원들의 동요를 막는다는 핑계로 자신의 컴백, 프로출신의 등록유보를 뭉뚱그려 정몽윤 회장의 `만장일치 추대'와 맞바꾸는 추잡한 거래를 한다. 고부회장이 심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자신의 심복인 P대의원이 등록을 유보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지역내 초－중－고 감독으로부터 700만원의 로비자금을 거뒀다는 소문때문. P대의원은 지난해 모 고교선수를 상비군으로 뽑히게 하기 위해 기록조작을 일삼았고 고부회장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일 이사회에서 정회장은 기자들에게 프로출신의 등록을 가능한 빨리 받기로 했다고 공언했으나 잠시후 열린 이사들 모임에서는 `무기한 등록연기'로 뒤집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뒤집기와 질서 무너뜨리기가 앞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