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혁] 반상의 제왕도 사랑은 쑥맥
기사입력 1997년 02월 09일 15시 05분
프로바둑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유창혁9단이 올해 총각 꼬리를 떼려나? 여자 앞에서 꿈쩍도 않던 유9단이 마음을 고쳐 먹었다. "장가 보내주실랍니까?" 우리 나이로 서른두살. 좋은 사람 있으면 바둑 대국을 기권하고라도 만나겠다고 말한다. 유9단은 그동안 한두차례 맞선을 보기는 했다. 친지 소개로 몰래 데이트도 했지만 `아무 생각없이' 만나다보니 대부분 첫 미팅에 꽝. 오너 드라이버인 유9단은 지난 연말 3년간 몰던 프린스 대신 검은색 티뷰론으로 `애마'를 바꿨다. 천생연분을 제일 먼저 태워주려는 뜻일까? 삐삐에 핸드폰을 갖춘 사실은 프로기사들도 잘 모른다. 유9단은 워낙 잘 생긴 프로기사여서 특히 여성팬이 많다. 지금도 꽃에 머플러에 옷까지 선물공세가 이어진다. 줄기차게 억지 데이트를 신청하고, 밤늦게 전화통을 붙들고 늘어지는 일부 여성팬들에게 시달렸는지, 남자를 편하게 해주는 여자가 최고라고 말한다. 유9단은 대전 바둑신동시절 상하이 신사복 차림으로 동네를 휘저었다. 지금도 옷 잘 입는 남자. 맥주광고 등 CF로도 인기를 끌었다. 이상형은 얼굴 예쁜 현대판 현모양처. 마라톤같은 대국에 지친 남편의 어깨를 곁에서 도닥거려주고, 함께 사는 부모님 속 안썩이고 제 할 일을 하는 여성이다. 직업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유9단은 한때 탤런트 김지수씨를 좋아했다. 가끔 보던 드라마 `종합병원'에서 청순가련형의 간호사로 말없이 남자를 위해줄 줄 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것. 여동생（29）이 미모의 간호사（경희의료원）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유9단의 형제는 3남 4녀. 큰 누나（37）와 전기시설업자인 형（32）은 2년전 결혼했지만, 직장여성인 둘째 누나（35）와 셋째 누나（34）는 아직 독신을 고집중. 군에 가 있는 남동생（ 2년）이 가끔 "형 장가 안가냐"고 하더란다. 틈틈이 책으로 세상들여다보고 동네 만화방에서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만화뒤적이기가 큰 즐거움. 하루 10편의 비디오를 돌린 적도 있지만, 요즘은 워낙 피곤해 보다가 잠들 때가 많다. 주 1회 한강이나 구반포 초등학교에 가서 공을 찬다. 프로기사 축구단인 `비마회'의 공격수. 쌍문동 집근처 도선사나 우이암 등산코스를 밟는 것으로 컨디션 조절을 한다. 지난해 응씨배 세계대회 우승때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삼성화재 결승에서는 요다9단에 역전패를 당해 밤새 술을 마셨다는 유9단은 올해는 피앙세와 함께 밤샘 데이트를 했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