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탁구협 회장선출 '씁쓸한 뒷맛'
기사입력 1997년 02월 06일 15시 40분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대한탁구협회의 임시 대의원총회가 결국 `반당대회（半黨大會）'로 끝났다. `세불리（勢不利）'를 느낀 한쪽이 `금전수수의혹'을 거론하며 참석을 보이콧하자, 다른 한쪽은 "그래 잘됐다"는 표정으로 서둘러 총회를 강행해 자신들의 의사대로 일을 끝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승자가 된 삼성그룹측은 이기기는 했으나 `상처뿐인 영광'이 돼버렸고 패배를 자초한 현대그룹측은 "승부에도 지고 매너에도 졌다"는 이중의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우선 삼성측의 입장에서는 "전체 대의원 22명중 과반수가 넘는 12명이 참석해 적법하게 성원（成員）이 된 가운데 총회를 치렀으니 우리에게는 아무런 법적하자가 없다"고 말할 수는 있다. 어쩌면 이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진영인 현대측에서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하며 "현대측을 지지하던 일부 중앙대의원이 삼성측에 `돈'으로 매수당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경위야 어찌됐건 커다란 `불찰（不察）'이다. 법적인 하자가 없음을 주장하려면 그 과정에서의 일처리에도 완벽을 기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패자인 현대측이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이보다 더 한심하다. 이들은 삼성이 돈으로 사람을 빼가는 혼탁한 분위기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창백한 패자의 변（辯）'에 불과하다. 그들의 주장대로 삼성의 `금전매수'가 사실이라면 정정당당하게 총회에 참석해 이에 관한 증거나 자료를 제시하면 됐을 일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총회에 불참한채 뒤편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늘어놓는 것은 "나가봐야 이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재나 뿌리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었는지 알고싶다. 어쨌거나 이제 탁구협회의 `선장（船長）'은 삼성그룹 산하 제일모직의 박홍기（朴洪基） 사장이 맡게됐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남자의 제일합섬과 삼성증권, 그리고 여자의 제일모직 탁구팀을 운영해 와 탁구에 대한 `노하우'가 어느 그룹보다도 많은 곳이다. 박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파행적인 협회운영방식을 청산하고 우선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44회 세계선수권대회서의 성적향상을 위한 방안부터 마련해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