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천] 독불장군 달라졌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06일 15시 38분
한화 강석천（30）은 밤낮이 따로 없다. 훈련장에서는 앞장서 방망이를 잡고 정규훈련이 끝난 저녁에는 후배들의 크고작은 하소연을 듣느라 한가롭게 쉴 겨를이 없다. 그러나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짜증기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상조회장으로서 당연한 도리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주한 생활을 순전히 `감투'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굳이 상조회장이 아니더라도 강석천은 최고참 에 이어 타자 서열 두번째의 `큰형님'인데다 올해만큼은 전지훈련을 맞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작년 이맘때까지도 강석천은 주위를 돌보기 보다는 자신을 먼저 챙기는 `나홀로 계열'이었다. 더욱이 지난 89년 입단 이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탓에 후배들과 어울리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석천은 감독과의 개인면담에서 큰 깨우침을 얻었다. 강감독은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이제 후배들을 챙길 위치가 됐다"고 조언을 했던 것. 이때부터 강석천은 후배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고 난생 처음으로 책임감을 느꼈다. 92시즌 이후 4년만에 세자릿수 경기인 113경기에 출전해 2할8푼6리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더없는 밑거름이었다. 이 덕분에 2천9백만원의 연봉도 6천만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는 것이 큰 재산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작년의 풍요로움에 안주할 수는 없다. 올시즌 지난해 못지 않는 성적을 올렸을 때만이 진정한 선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강석천이 작년 팀타선에서 실종됐던 3할 타율을 자신의 몫으로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