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일기] 서승만 (5)
기사입력 1997년 02월 06일 15시 35분
형이 `천재'로 불러주기도 했지만 개그맨이 된 후에도 내겐 많은 별명이 따라다녔다. `스트립보이' `서벌구' `바람돌이' `막간스타'. 내가 코미디언실에 들어온 지 불과 한 달이나 되었을까? 우리는 존경스런 선배님들 그리고 제작부 연출자들과 충청도에 있는 도고온천으로 연수를 떠났다. 1부 공식행사가 끝나고 2부 장기자랑 시간이 돌아왔는데 신인이라는 이유로 좀처럼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구봉서 김영하 등 대선배님들이 보는 앞에서 주로 중간선배들이 재롱(?)을 떨었다. 잠시 무대가 허술해진 틈을 타 무작정 뛰어나간 난 사회자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틈도 없이 즉석 스트립쇼를 벌였다. 능청스럽게 흐느적거리는 내 부드러운 몸놀림에 장내는 그야말로 웃음의 도가니가 됐다. 몇몇 중간선배들이 내 건방진 행동에 `도라이'라며 차가운 눈길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따발총' 김영하 선생님은 `분명히 될 놈'이라며 내 끼를 인정해주셨다. 그날 이후 나는 `스트립보이'라는 별명을 얻음과 동시에 코미디언실 야유회 망년회 신년회 등에서 옷벗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뱀쇼' `샤워쇼' `변태쇼' 등 내 활약은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 `한 마디로 튀는 녀석'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난 당시 최고의 인기프로그램이었던 `청춘행진곡'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캐스팅을 해주지 않았다. 김종하 김완섭 임종국 최왕순 등 대부분의 내 동기들이 `헌병' `백골투' `삼국시대 시범조교' 등으로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을 때 난 무대 뒤에서 눈물을 삼켰다. `스트립보이'란 별명을 얻으면서부터 방송은 거꾸로 잘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