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남자가 통장관리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1997년 02월 05일 17시 07분
`가정경제의 주도권은 누가 쥐어야 하는가.' 요즘 수원삼성 선수들에게 핫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다. 이같은 엉뚱한(?) 논쟁을 촉발시킨 이는 다름 아닌 김 호 감독. 그는 요즘 유럽 전지훈련서도 틈만 나면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당연히 남편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남편이 축구선수인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경기력은 가정의 평화에서 시작된다'는 색다른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면 도대체 가정의 평화와 경제의 주도권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김감독에 따르면 그 상관관계는 `절대적'이다. 남자가 경제의 주도권을 쥐어야 가정이 평화롭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프로축구라는 종목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돈은 있지, 가정에 머무는 시간은 적지, 아내가 `딴생각'을 갖게할 소지가 충분한게 바로 축구선수라는 것이다. 특히 대표선수가 되면 해외로 떠도는 시간도 만만찮아 가정사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기혼선수 가운데 실제 `홀아비'가 된 경우는 많지 않지만 `잠재적인 이혼커플'은 대단히 많다는게 김감독의 견해다. 뚜렷한 이유없이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선수들을 면담해보면 십중팔구 가정문제이고, 그 대부분이 `흔들리는 아내'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 못할 고민에 휩싸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도 `고개숙인 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김감독은 우선 통장관리를 선수들이 직접 할 것을 권고한다. 김감독의 이같은 충고는 `은퇴 후'를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 길어야 10년인 선수생활중 평생 먹고 살 밑천을 마련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올초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2박3일간 연수를 실시하면서 이병철 이사(경리담당)를 초청, 재테크 특강을 듣기도 했다. 삼성 김감독의 `가정경제 보살피기'는 여권운동가들의 눈총을 받을 여지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긍할만한 점이 많다고 보여진다. 부부가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