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박] 스튜어디스에 최고인기
기사입력 1997년 02월 05일 17시 06분
체중은 저울로 달고 혈압은 혈압계로 잰다. 그럼 선수에게 밥보다 더 중요한 인기는 무엇으로 잴까. 숫자로 인기도를 표시해주는 기계는 아직 없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그 해답은 바로 선수들이 일반인들과 한데 섞였을 때 금방 드러난다. 지난 3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로 향하는 장장 17시간여의 여정에서 현대 선수단의 `인기차트'가 똑 부러지게 매겨졌다. 1위는 모든 선수들을 제치고 `젊은 오빠' 감독이 차지했고 2위는 , 3위는 박진만 순. 공항 출국장에서부터 간간이 사인공세를 받던 김감독이 진짜 인기를 과시한 것은 비행기 안에서였다. 2등석에 앉은 김감독에게 웬만해선 손톱도 안 들어갈 것 같은 미모의 스튜어디스가 "어릴때부터 팬이었다"며 말을 붙여온 것은 중간경유지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미소작전'에 넘어간 김감독은 갖고 있던 사인볼 3개를 모두 뺏겼지만 여승무원은 "동료들과 나눠가지려면 이걸로는 턱도 없는데…"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감독은 공항에서 대한항공 현지직원들이 매달리자 기다렸다는듯 주머니에서 현대 로고가 찍힌 열쇠고리 5개를 내줘 재빨리 `민심'을 수습하기도 했다. 비행기 뒷부분 좌석에 나란히 앉았던 `신세대 듀오' 과 박진만도 유독 자신들만을 아는 척하는 스튜어디스에게 기분좋게 사인을 해줬다. 특히 은 기내식으로 나오는 고추장볶음 1박스를 선물로 받고는 "입맛 잃은 사람은 다 내방으로 오라"며 목에 힘을 줬다. 이렇게 되자 머쓱해진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팀내 최고의 `섹시 가이' 이숭용. 이 고추장 박스를 흔들어대며 입에 침을 튀기는 동안 체면을 구긴 이숭용이 침묵을 지키자 누군가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숭용이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잠만 잤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