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고재욱감독 선수부인들에 위로엽서
기사입력 1997년 02월 04일 16시 49분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3일 현판식을 갖고 21세기를 향한 팡파르를 울린 것이지요.
특히 이날 행사에는 노환으로 거동조차 불편한 이시하라 다카시 일본 준비위원장이 참석, 한－일간의 굳은 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현판식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간소하면서도 취타대 연주를 곁들이는 등 한국 전통의 특색을 잘 살렸다는 평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남녀 화동（花童） 4명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한－일 간의 우의를 표현하는 의미에서 기모노와 한복을 입은 2명의 화동들이 상대국 축구관계자들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는 순서를 마련했는데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채
추운 날씨속에서도 방긋방긋 웃어대는 이들 덕에 딱딱한 행사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누그러진 것이지요.
일본 어린이는 대사관 직원 자녀들로 `한 커플'을 구성했는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할만한 이미지의 화동들을 선발했다는 후문입니다.
◇…해외전지훈련중인 각 팀들의 소식이 궁금하군요.
◇…호주에서 전지훈련중인 팀들이 때아닌 기상악화로 이만저만 애를 먹고 있지 않답니다.
◇…호주의 날씨는 원래 기복이 없고 청명하기로 소문이 난 곳 아닙니까.
◇…네, 하지만 한국프로팀들이 전지훈련을 온 이후로는 때아닌 집중호우로 연습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연습경기가 취소되기 일쑤고 선수들이 버스안에서 계속 대기해야 있는 사태가 속출한 거죠.
호주사람들도 15년만에 기상이변이라며 보통 비가 와도 하루면 족했던 평소의 기상상태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특히 전북 선수들은 지난달 26일 조현규 부단장이 합류하고부터 1주일동안 계속 비가 오자 겉으로는 조부단장한테 "비를 몰고왔으니 책임져라"고 하면서도 고된 연습경기가 비때문에 계속 취소되자 싫지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공친 코칭스태프가 마침내는 비를 맞으면서도 자체 청－백전을 계속 강행해 물먹은 공과 진흙탕으로 변한 잔디구장때문에 결국 선수들만 골탕을 먹었죠.
◇…비때문에 가장 속을 끓인 건 코칭스태프라구요.
◇…그렇습니다. 눈앞에 파란 잔디밭을 놓고 매일 실내체육관에서 훈련을 해야하니 답답하기 이를때 없었던 거죠.
한국에선 이런 잔디밭에서 훈련할 기회가 어디 많겠습니까.
지난 1일부터 햇볕이 내리쬐자마자 전북 최만희 감독대행과 신연호 코치는 이구동성으로 "어디 본전 한번 뽑아볼까"를 외쳤답니다.
물론 이때부터 선수들이 혹독한 전술 훈련과 연습경기로 녹초가 된 것이 불문가지고요.
◇…호주에 머물고 있는 현대 감독이 선수 부인들에게 엽서를 띄웠다지요.
◇…네, 감독은 선수들이 건강하게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짤막한 내용과 함께 호주에 동행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적었답니다.
이렇게 고감독이 손수 엽서를 보내게 된 것은 노동법 파동 여파로 우승 보너스로 약속됐던 선수 가족들의 호주여행이 무산된 데 대한 미안함 때문입니다.
물론 고감독 책임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약속 불이행에 대한 입장 표명은 해야 할 것 같아 펜을 들었다는군요.
◇…무대를 유럽으로 옮겨볼까요.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전지훈련중인 삼성캠프는 `돈' 문제로 미묘한 기류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일부 노장들의 연봉조정과 관련해 구단프런트와 의견차를 보여온 코칭스태프가 차제에 자신들의 대우문제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요.
김 호 감독과 조광래 코치 등은 "이기근 윤성효 이광종 등 노장들이 분발하기 위해선 대폭적인 연봉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윤성규 단장과 안기헌 국장은 "연봉인상도 상식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조코치는 "10년동안 프로지도자로 일하면서 우승을 하고나서도 연봉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구단에 대해 노골적으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전지훈련중 아빠가 된 삼성 홍창영 주무（32）가 마침내 딸과 상봉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포르투갈서 전지훈련을 하던 지난달 22일 첫딸 소식을 전해들은 홍주무는 그동안 딸（정원）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밤잠을 설쳤답니다.
그런데 홍주무의 이러한 고뇌를 전해들은 어머니가 손녀의 사진을 찍어 구단프런트에 전달했고, 이를 안기헌 국장이 지난 1일 선수들과 연봉협상차 독일로 가는 길에 홍주무에게 전해준 것이지요.
비록 사진으로의 만남이었지만 홍주무는 "이제야 편히 밤잠을 이룰 것 같다"며 딸의 사진을 머리맡에 애지중지 모셔놓는 모습이었습니다.
◇…국내에 남아있는 팀들의 동정은 어떻습니까.
◇…지난 1월 한달을 국내에서 보냈던 포항 일화 대전 등 5개팀이 2월이 되자 본격적으로 해외 전훈 물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일화가 2일 남미 로 출국한 것을 시작해 포항이 3일 일본으로 떠났고 나머지 팀들도 조만간 유럽쪽으로 전지훈련을 갈 예정이랍니다.
◇…그런데 요즘 신생팀 대전 시티즌의 김기복 감독이 밤잠을 못이루는 등 밤낮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팀 전력이 생각했던 것만큼 다져지지 않자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습니다.
김감독은 요즘 외부인들과 만나면 "큰일 났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해 11월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직을 그만두고 대전 시티즌의 감독을 맡을 당시만 해도 자신감에 넘쳐있던 그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죠.
김감독은 "선수 개개인은 훌륭하지만 훈련기간이 얼마되지 않아 기존팀들과 싸우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며 오는 3월22일 개막되는 아디다스컵에서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설날연휴를 반납하고 창원에서 훈련을 강행키로 한 것도 바로 이같은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