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일기] 서승만 (3)
기사입력 1997년 02월 04일 16시 27분
어려서부터 일찌감치 남을 웃기는 일로 검증을 받은 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방송사에서 실시하는 개그콘테스트에 원서를 내밀었다. 82년 6월 19세의 건방진(?) 나이로 개그콘테스트 본선에 올랐다. 본선은 당시 정동 문화체육관에서 공개방송으로 진행됐는데 등 쟁쟁한 실력자들이 많아 난 처음부터 잔뜩 주눅이 들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이었다. 그때 비로소 난 우물안의 개구리였음을 깨달았다. 금상을 탄 이 부러웠다. 예선 때부터 가까워졌던 사이다. 동갑내기에다 고등학교때 마이크께나 잡으며 폼을 잡던 같은 충청도 촌놈(?)이었다. 그래서 금방 친해졌고 친구가 됐다. 어쨌거나 기순이는 스타로 가는 문턱으로 들어섰는데 난 쓴잔을 들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이 나를 손짓했다. 개그콘테스트에서 나를 유심히 지켜본 선배가 `타고난 끼'를 인정했는지 사람들에게 일일이 소개하고 라디오와 TV에 출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이때부터 난 정식 개그맨이 아니면서도 코미디언실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당시의 아이디어 회의는 `배추머리' 선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나는 항상 코미디언실 한 귀퉁이에 앉아 있다가 선배들의 심부름을 해주던 역할을 맡았는데 선배님 덕에 `사발면'이란 별명이 붙었다. 심야에 부근의 공작상가에서 `사발면 배달'을 주로 했기 때문인데 한꺼번에 20개가 넘는 사발면(물론 뜨거운 물을 부은 채로)을 기가 막히게 배달하곤 했다. 개그를 위해 방송사를 기웃거렸지만 정작 기회는 별로 오지 않았다. 아니 누구도 쉽게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