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사랑은 영혼이 머무르는 것이다 (1)
기사입력 1997년 02월 04일 16시 17분
그녀가 신 때문에 고민을 한다기에 나는 신을 향해 도끼를 들었다. 그녀가 신에게 모든 것을 바쳤다기에 나는 신의 뿌리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하느님은 웃으면서 쓰러졌다.
신과의 대결에 지친 눈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찌르는 듯한 짜증이 솟아올랐다.
"웬 여자가 저렇게 바보같지！" 나는 머리를 한번 털고 눈을 씻고 그녀 너머를 보았다. 포근한 아지랑이의 아른거림 속에 한 여인이 손짓을 한다. 나는 그녀를 향해 달려갔으나
곧 나는 공중에서 한바퀴 돌고 넘어졌다. 쓰러진 채 자세히 보니 나는 신의 뿌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었다. 내 몸위로 신의 줄기가 부드럽게 얹히더니 다정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네가 나를 탓하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하지만 내가 네게 탓할 것이 있으니 네가 첫사랑을 버렸음이라. 그러니 어디서 떨어졌는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신이 바라는 것은 맹목적인 굴종이 아니다. 그는 단지 한 인간이 자신 내부의 사랑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리라….
학창 시절에 썼던 글이다. 그 때 나는 어떤 여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그녀가 하느님 타령만 하니까 그녀를 떠나 다른 여자에게로 방황하다가 어느날 문득 그녀가 다시 그리워지면서 썼던 것 같다.
나는 사랑은 한 사람이 정리가 돼야 다른 사람으로 옮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심장으로 하는 것인데 두 사람을 심장안으로 집어넣기에는 심장이 너무 비좁기 때문이다.
또 나는 사랑에는 자율성(autonomy)이 있다고 본다. 의식은 자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수의성(隨意性)이 있다면, 무의식은 자기 스스로 돌아가는 자율성이 있기 때문에
사랑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는 누구를 사랑할 때 내 의지나 판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이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대에게 나는 무의식적으로 끌릴까? 일단은 상대가 강한 무의식성, 예를 들어 무의식의 핵에 있는 신성이나 영혼성을 강하게 갖고 있으면 일단 끌리게 된다.
많은 작가들이 칭송했듯이 신비한 여인에게 끌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