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문화인] 컴퓨터책만 1천종 출판
기사입력 1997년 02월 04일 16시 11분
지난 10년간 1천여종에 가까운 컴퓨터책만 만들어온 전문출판사, 지금도 대형서점에 500여종의 컴퓨터책을 깔아놓고 있는 출판사, 국내 컴퓨터책 매출 1위의 출판사…. 사람들은 이 출판사의 사장이 아이러니하게도 `컴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눈이 휘둥그래진다. 이문칠사장(54). `컴맹'이기는 하지만 컴퓨터 이상의 누뇌로 일찌감치 `컴퓨터 세상'이 올 것을 예견하고 `오늘'을 이룬 사람이다. 출판사 이름이 낯선 사람도 컴퓨터책 가운데 한시절 최고의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였던 `－DOS 입문'이라는 책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그가 컴퓨터를 처음 본 것은 83년, 만 40세때. XT기종이었다. "처음엔 기능이 참 좋은 타자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볼수록 요물입디다." 그날 이후 그는 컴퓨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듬해 친구가 하는 출판사에 의탁, 컴퓨터책을 몇권 선보였다. 말하자면 탐색기. 몇년 `워밍업'을 하고 자신감이 붙은 그는 87년11월, 컴퓨터책 전문출판사로는 최초인 를 차려 본격적으로 컴퓨터책을 펴내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구경해본 사람조차 드물던 시절입니다. 컴퓨터책도 전문가용 외에는 거의 없을 때지요." 책을 내려고 해도 마땅한 필자를 구할 수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진의 캐피프레이즈인 `쉽게, 빠르게, 재미있게 배우는 컴퓨터책'을 쓸 수 있는 마땅한 필자를 찾을 수가 없었던 것. 결국 맞춤한 사람을 찾아 책을 쓰게 하고 아예 직원으로 들어앉히는 특이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래서 지금도 5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는 직원겸 필자인 사람이 적지 않다. `시대를 앞서간 죄'도 컸다. 책이 나가지 않아 한동안 금붕어 분재 등의 취미책을 내는 외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보답은 큰 덩어리가 되어 돌아왔다. 이즈음에는 `여유'를 갖고 장사 안되는 책도 책임감으로 펴낸다. `신디사이저와 미디' `김현철과 변준민의 미디 스튜디오' `FA센서 응용백과 1－2'등 제목부터 괴상스런 책들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상에 홈페이지(http://www.youngin.co.kr)를 개설, 갖가지 유익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사실, 그는 완전한 `컴맹'은 아니다. 인터넷 정도는 할 줄 안다. 그런데도 `컴퓨터 귀신'인 직원들은 그를 한사코 `컴맹 사장님'으로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