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신세대 NO 쉰세대 YES
기사입력 1997년 02월 03일 15시 30분
"`낀세대' `쉰세대'는 다 오세요." 신세대에 밀린 세대를 위한 `휴식 공간'이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성산동 `웨스턴빌리지'가 바로 그곳. 무대에서는 통기타 가수가 앤디 윌리엄스, 프랭크 시내트라 등 70년대 히트했던 팝송을 읊조리듯 부르고, 바텐더 앞에는 중절모를 쓴 60대 신사가 칵테일 한잔을 들고 젊은 시절을 이야기한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 나들이를 나온 40대 중반의 부부가 소파에 깊숙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창가에 있던 30대 후반의 `넥타이부대'는 자신들의 전성시대였던 20대 초반에 좋아했던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가 끝나자 가볍게 박수를 치기도 한다. 록카페나 나이트클럽에서 나이가 많다고 입장을 거절당한 30대는 웨스턴빌리지에서 `최연소 그룹'이다. "신세대에 밀려 갈 데 없는 사람들을 위해 차렸습니다. 돈이 목적이라면 이 장사 안하죠." 사장 정경호씨（44）의 말은 사실인 듯 싶다. "30대이후의 특징은 대부분 자가용으로 움직이지만 호텔 말고는 주차장이 넓은 레스토랑이 어디 있습니까?" 900여평 대지 위에 세워진 웨스턴빌리지에는 100대쯤은 너끈히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다. "땅값만 해도 1천억원에 가까워요. 가게 세를 내지 않으니 내 고집대로 장사하며 버티는 거죠." 17년 동안 한식전문점으로 소문났던 성산회관을 지난해 물려받아 웨스턴빌리지로 개조한 것은 정사장 말처럼 순전히 개인 취향과 고집 때문이다. 84년 미국으로 건너가 윌셔 컴퓨터칼리지를 마치고 컴퓨터 디자인 사업과 레스토랑을 경영했다가 지난해 귀국한 정씨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주차할 곳이 없어 쩔쩔매는 `불쌍한 사람'들을 보고 신세대에게 쫓겨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것을 결심했다.
"의 명소로 꾸미겠다는 생각으로 될 수 있으면 고급으로 했죠." 부주방장으로 있던 전동희씨（43）를 주방장으로 스카우트한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퇴근길에 들러 칵테일 한잔 시켜놓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컴퓨터 마니아인 정씨는 밤새도록 PC통신을 하는 동호인들을 위해 앞으로는 새벽에도 영업할 계획이라고 덧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