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기] 해외전훈 가는 까닭은?
기사입력 1997년 02월 03일 15시 24분
놀이문화가 거의 없던 시절 `엿치기'는 꽤 인기가 있었다. 때문에 성인 남자라면 대부분 엿치기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엿이 잘라진 자리에 드러난 구멍 크기로 승패를 가리는 엿치기는 여름에는 잘 하지 않았다. 더위에 엿이 물러져 잘 부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엿은 섭씨 10도 이하라야 잘 부러지고 구멍도 선명해 엿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팀들이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섭씨 영하 10도일 때 사람의 뼈 강도는 10％나 줄어든다. 그만큼 잘 부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언 땅위를 달릴 때 선수의 관절이나 뼈는 많은 충격을 받게 되고 가벼운 운동을 하다가도 쉽게 다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온이 떨어지면 신체의 유연성이 떨어져 관절의 가동범위가 좁아지므로 힘에 의존하는 무리한 운동을 하기 쉽다. 또 기온이 낮은 까닭에 몸이 데워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충분한 운동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야구처럼 방망이 글러브 그리고 공 등 장비 의존도가 높은 운동은 다른 경기보다 감각 찾기가 어렵다. 따라서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야구를 하는 것은 `쇠방망이로 강철공을 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만 들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단이 따뜻한 남쪽으로 간 까닭은 또 있다. 이국의 정취를 맛보며 기분전환을 하고 팀워크를 통한 선진기술 습득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프로 8개구단의 전지훈련은 기본 찾기와 실전을 고루 경험한다는 포석이다. 작년 우승팀 해태와 롯데는 실전보다는 훈련 위주의 스케줄을 짰다. 해태는 지난달 15일 2군과 유망선수들의 대만 전지훈련을 시작한데 이어 12일부터는 에서 올시즌 우승을 향한 담금질을 시작한다. 전지훈련에 많은 투자를 해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킨 해태는 좋은 음식을 잘 먹고 팀워크를 다지는 것이 이번 해외훈련의 목표다. 일본 오릭스의 타격코치 2명과 미국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인스트럭터를 고용해 최초로 한, 미, 일 3각 코칭스태프를 구성한 현대는 및 마이너리그팀과의 약 10차례 연습경기를 통해 그룹 창립 50주년인 올시즌을 우승으로 이끈다는 복안이다. 롯데는 오는 10일부터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선발및 마무리투수 보직 결정과 내－외야 시스템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는 괌에서 체력과 기술훈련을 한 뒤 에서 연습경기를 주로 할 예정이고, 삼성 역시 미국 베로비치에서 몸만들기를 하고 일본에서 실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달 31일부터 호주 에서 주로 몸을 만드는 훈련을 하고 있는 한화도 일본으로 가 연습경기를 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계산이다. 일본 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쌍방울은 식 관리야구를 실전에 대입하는 강도높은 훈련을 할 예정이고 OB는 단골 전지훈련장인 일본 쓰쿠미에서 작년시즌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캠프를 마련했다. 특히 등 5개구단은 일본에서 국내팀끼리 연습경기도 가질 예정이다. 오랜 시간 외국에 머물때 생기는 향수병을 제외하고는 최상의 조건에서 훈련을 하게 된 구단중 어느 팀이 가장 값진 것을 얻어올까. 오는 4월12일 열리는 97 개막전부터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