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기사입력 1997년 02월 02일 16시 52분
코끼리 배설물을 이용해 사자들에게 활기를 불넣으려는 사육사들의 작전은 완전히 맞아떨어졌다.환각에 취한 사자들은 뒤엉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맹수를 보는 관람객들은 흔히 "무슨 맹수가 힘이 하나도 없어보이고, 눈도 멍하게 뜨고 있다"고 불평을 많이 한다.맞는 말이다.사자나 호랑이들은 평서에는 바보처럼 보일만큼 잘 움직이지도 않고 초점 잃은 눈만 껌벅인다.목적이 없기 대문이다.그러나 먹이를 먹을때는 사정이 달라진다.사육사들이 먹이를 줄때면 사윳가들도 바짝 긴장한다.멀리서 고기 냄새를 맡은 맹수들은 잰 걸음으로 좁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린다.고기를 던져주는 구멍은 닭 한마리가 겨우 들어갈 만큼 작다.바닥에서 높이는 약 4m.그러나 손을 넣어 고기를 줬다가는 큰일난다.사자나 호랑이가 갑자기 점프하면서 손까지 물어뜯기 때문이다.그래서 사육사들은 적어도 1-2m 쯤 뒤에서 고기를 던져주는데 맹수들은 고기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훌쩍 날아 낚아챈다.비호(飛虎)라는 단어가 조금도 과장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는 셈이다.옛날 옛적에 우리나라 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을 때 개들이 호랑이 내새만 맡아도 꼬리를 감추고 오름이 딸라붙어 꼼짝 못하고, 심하면 오줌을 질질 싸는 것도 호랑이의 무서움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어찌보면 돈을 내고 맹수를 구경하러 온 관람객들은 '진짜 구경' 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사람도 그렇듯이 맹수도 목표가 있을 때 비로소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다.코끼리 배설물로 사자들이 뒤엉키자 사육사들은 쾌재를 불렀다.사파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던진 코끼리 배설물 몇덩이는 동물공화국을 엉떵한 방향으로 이끌었다.그동안 탐색전만 해온 빠삐용과 용팔이가 사생결단을 하고 진검(眞劍) 승부를 펼치는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