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DMZ] 분단이 남긴 영원한 상처
기사입력 1997년 02월 02일 16시 40분
신예소설가 박상연씨의 첫 장편소설 `DMZ'(민음사간)는 신세대 작가들에게는 거의 관심거리가 안되는 분단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가 72년생의 20대 중반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구식 소재'에 천착하는 그의 젊은 시선은 차라리 미덕이기까지 하다. `DMZ'는 판문점 북쪽에서 벌어진 한 총기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북한병사를 향한 남한병사의 총기난사 사건. 이를 수사하는 과정이 일종의 추리기법으로 전개된다. 이런 골격에, 소설의 화자이며 수사담당자인 중립국감독위 소속 베르사미 소령의 가족사가 또 다른 이야기의 기둥을 이룬다. 스위스 국적의 한국－켈트 혼혈인 그는 아버지 이연우가 유산으로 남긴 일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간다. 직전 남로당원으로 월북한 이연우는 인민국 소좌로 참전한다. 포로가 된 그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갖히게 되고, 거기서 반공포로였던 동생을 조건반사처럼 죽여버린다. 마치 종소리만 들으면 허기져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 실험'의 개처럼－. 이연우는 휴전 뒤 제3국인 로 떠나 스위스 여기자를 만나 화자인 아들을 낳는다. 화자는 분단의 모순이 자신을 잉태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아버지의 조건반사적 행동이 지금 DMZ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이쪽 편도, 저쪽 편도 아니다.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대신 그는 휴머니즘에 눈길을 돌린다. 소설은 답답하다. 그 답답함은 소설이나 작가의 탓이 아니라 분단과 DMZ이라는 상황이 여전히 기가 막힌 현실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