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사람 만나기 어려운 이경규
기사입력 1997년 02월 02일 15시 58분
"몰래카메라를 사랑하시는 국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했던 의 몰래카메라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코너로 는 국민 개그맨이 됐지만 막상 본인은 실제 생활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다.
분장실에서 탤런트 최불암을 만나 "어이구, 오랜만에 뵙습니다"하고 인사를 하면 "파！ 이거 몰래카메라 아냐?"라며 피하고, 식당에서 가수 를 만나 "종서씨, 밥먹으러 왔어?"하면
"앗！ 몰래카메라다！"하고 상 밑으로 숨으니 난감할 수밖에.
아무리 몰래카메라지만 너무 심한것 아니냐는 연예인들의 눈총까지 모두 가 짊어져야 할 몫이었다.
그러던 가 요즘은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가 간다'라는 코너로 일약 `양심 리'로 통하게 됐으니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가 간다'는 추기경, 국민회의 총재, 대표등 굵직굵직한 명사들을 갑작스레 방문, 딱딱하지 않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평소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제작진은 `숨은 양심'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첫날 방송. 숨은 양심 1호인 장애인 부부는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기 충분했다.
아무도 안 보는 새벽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꺼질때까지 신호를 기다렸다 출발하는 운전자의 양심은 촬영을 나갔던 를 포함한 스태프들을 감동시켰는데….
처음 카메라를 댔을때 운전자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고개도 약간 옆으로 돌아가 있어 는 속으로 `음주운전 아닌가?'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장애인 부부였다는 것. 가슴이 찡해져
얼른 소매로 눈가를 닦아야 했다는 뒷얘기다.
`장애인 부부'편이 방송된 뒤 장애인 부부와 를 칭찬하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전화가 물밀듯 밀려왔다.
이때부터 는 당연히 행동이 조심스러워 질 수밖에. 숨은 양심을 찾아다닌다는 사람이 법규를 어긴다면 이런 망신이 또 있을까.
방송국 복도에서 후배 개그맨과 담배를 피우다가 녹화장에 들어간 . 분장실에서 태연히 옷을 갈아입다 "앗！"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더니 "큰일 날 뻔했다"며
그냥 내버린 꽁초를 주워 들어오는 것.
뿐만이 아니다. 가 녹화날 좀 늦었다.
워낙 시간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인지라 김영희PD가 "무슨 사고 난줄 알고 걱정했잖아요"하자 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아, 차가 워낙 막혀서요. 옛날엔 차가 막히면 연예인이고 하니까 사정 얘기하고 갓길로도 가고 그랬는데 `숨은 양심' 가 어디 그럴 수 있습니까? 신호 꼭꼭 지켜가면서 천천히 왔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