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강화도의 칼바람(14)

기사입력 1997년 02월 01일 16시 29분


"장군. 부르셨습니까?"

낭창 두천이 홍탁에게 다가가 섰다. 두사람 모두 경장 차림으로 허리에는 장검을 차고 있었지만 맨머리이다. 신의 별초의 초소가 있는 서쪽 해안가였다.

"지난번 살여울에서 잡힌 놈이 교정별감의 마굿간에 있어."

홍탁이 두천에게 한걸음 다가가 섰다.

"무예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야. 위사 다섯을 순식간에 제압했다고 들었다."

"진검승부를 했답니까?"

"솜씨를 알아 보려고 기습시킨거야."

"보통놈이 아니었습니다."

차갑게 웃은 두천이 바다쪽을 향하고 섰다.

"교정별감은 든든한 위사 하나를 늘리게 되었습니다."

"사형수 시체에 그놈 옷을 입혀서 버렸다. 우스운 짓이야."

"신의군(별초)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전부터 줄어들긴 했지만 홍탁이 별장이 되고난 후에 몽고에서 넘어온 장정을 병사로 받아 들인적은 없다. 얼마전에 몽고의 첩자라고 처단한 병사 세명은 오히려 항몽정신이 강한 사내들이었다.

그들은 누명을 뒤집어 쓰고 죽은 것이다. 몽고군과의 전투에서 언제나 강한 적개심으로 용맹을 떨쳤던 신의군이다. 그러나 근래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다. 홍탁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뒤쪽의 나뭇가지에 그들이 타고온 두필의 말이 매어져 있을 뿐이다.





























































































"전하께서 탈무아편에 밀지를 보내셨다. 출륙하려면 장애물을 제거 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김준과 임연 두놈만 제거하면 나머지는 오합지졸이오."

"그것이 말처럼 쉬운가?"

홍탁이 혀를 찼다. 시중겸 교정별감 김준과 추밀원 부사겸 대장군 임연은 별초군을 장악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제각기 사저에 수백명의 위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밀지에 기대원을 보내 달라고 하셨어. 기대원이 무예에 출중한 무사들을 데리고 오도록 말이야."

"기대원을 말씀이오?"

이맛살을 찌푸린 두천이 그를 바라보았다.

"더구나 몽고군을 데리고 오라고 하셨단 말씀입니까?"

기대원은 개경의 관노 출신으로 주인을 죽인후에 몽고에 투항하여 통역이 되었다. 그리고 이십년이 지난 지금은 쿠빌라이의 신임을 받아 안동장군(安東將軍)겸 해동(海東)통령이 된 인물이다.

"백성들의 원성이 있을텐데요. 그자는 지난번 침공때 몽고군의 선봉에 서서 무참한 짓을 많이 했습니다."

두천이 말하자 홍탁이 머리를 저었다.

"그만큼 쿠빌라이의 신임이 크다. 그리고 우선 고려인이야. 전하께서 옆에 두신다는데 김준도 거부할수는 없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