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맨발로 달리는 쇼트트랙 선수들
기사입력 1997년 02월 01일 15시 34분
@…`빙판 위의 맨발의 청춘들.'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그럴싸한 영화 제목같지만 이는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열리는 전주빙상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실제상황이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선수들은 스케이트를 신을 때 `당연히'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으리라는 것이 일반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는 선수는 거의 없다. 선수들 태반이 양말을 거부한 채 맨발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바로 `맨발의 청춘'으로서 얼음을 지치고 있는 것. 채지훈 등 쇼트트랙선수들은 절반이상이, 천희주 이규혁 등 스피드스케이팅 스프린터들은 거의 모두가 `맨발'을 고집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맨발로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선수들을 목격할 때면 대번에 그동안 모르고 있던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추워서 어떻게 하느냐"며 안타까워한다. `혹 동상이나 걸리는 게 아니냐'는 주위의 염려와는 달리 선수들은 오히려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는 것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선수들이 `맨발 스케이팅'을 선호하는 이유는 스케이트와 일체감을 갖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스케이트를 피부로 느끼고 싶어한다. 맨발로 스케이트화와 `밀착'해야 스케이트의 상태와 자신의 레이스에 감（感）을 잡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말은 스케이트와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은 선수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스케이팅선수가 양말을 신지 않는 것은 지난 60년대도 종종 있었지요. 예전에는 양말도 없는 주제에 스케이트를 샀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의 부친이자 60년대말 국내 빙상계를 주름잡았던 `왕년의 스타' 이익환씨（49）는 `맨발 스케이팅'이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익환씨에 의하면 스케이트가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은 옛날에는 뻣뻣한 스케이트에 마찰력을 주기위해 바닥에 침이나 눈을 발라 살짝 적신 다음 스케이트화를 조이기도 했다는 것. 현재 쇼트트랙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동계U대회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맨발로 경기에 임하는지를 눈여겨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