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 알뜰 스키족 많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29일 16시 53분
스키장마저도 짙게 드리운 불경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키장에 거품이 걷히며 등장한 알뜰족들이 `돈 아끼기 백태'를 연출하고 있다.
물론 지출을 줄이려면 아예 스키장을 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이미 대중적인 겨울레포츠로 자리잡은 스키의 짜릿한 묘미를 포기하기는 어려운 일.
그 대신 `하우스족', `오후족' 등 단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알뜰족들이 속속 등장해 스키장업계도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하우스족'은 리프트 근처에 얼씬도 않는 초보스키어.
아무리 초보라도 일단 스키만 신으면 첫날부터 과감히 리프트권을 끊고 보던 과거의 행태와 달리 `하우스족'은 리프트는 타지 않고 눈이 깔린 스키하우스앞 슬로프 하단에서 하루종일 지상훈련을 소화한다.
초보라 어차피 제대로 타지도 못할 바에는 3만원이 넘는 리프트 이용료라도 절약하려는 것이다.
`오후족'은 흐름을 거슬러 아예 집에서 점심밥 챙겨먹고 오후에 스키장으로 나서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 `오후족'이 노리는 것은 당일권을 끊고 사정이 생겨 일찍 스키장을 떠나는 사람들.
스키장 조퇴족들에게 5천원 정도를 주고 사용하던 리프트 당일권을 구입하면 남은 3시간 가량은 충분히 스키를 즐길 수 있어 그 경제성에서 만점이다.
스키장 알뜰족 가운데는 `배낭족'과 `벨트색족'도 빼놓을 수 없다.
캔음료 하나에 1천원을 호가하는 악명높은 스키장 식음료비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와 배낭이나 벨트색에 넣고 활주하다 틈날때 꺼내 먹는 것.
스스로를 `오후족+배낭족'이라고 밝힌 회사원 전미연양（26· 동작구 대방동）은 "아무리 아낀다해도 하루 스키를 즐기려면 1인당 5만∼6만원은 거뜬히 넘는 게 현실"이라며 "친구들과 먹을 것을 갖고
오후에 스키장을 다녀오니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이들 알뜰족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울상인 것은 스키장측.
업계관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이해하지만, 남이 사용하던 리프트권을 다시 구입하는 등의 행동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당장 이들에게 취할 제재조치가
마땅히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며 씁쓸한 표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