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김명완3단 ●박승문3단
기사입력 1997년 01월 29일 16시 39분
제5보(101∼142)＝전보에서 흑은 두번에 걸쳐 백의 추격을 허용했지만 1로 지켜 여전히 집으로 앞선 국면. 그러나 골인 지점까지는 아직도 여러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흑 9로는 손빼도 흑 대마가 죽는다든가 하는 불상사는 없는 곳이므로 전보 흑 ▲의 체면을 봐서라도 `가'로 따내고 싶다는 중론이 있었다. `가'의 곳이 워낙 큰 곳이기에. 그러나 흑으로선 백 `나'로 끊기는
자체가 적지 않은 곳이며 이곳에서 괜한 분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것. 이렇게 두어도 우세는 불변이라고 박 3단은 대국 당시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흑 25가 또한 너무 온건했다. 백이 25에 오는 것과 비교해 두터운 곳이긴 하지만 그것은 흑이 이 판을 이겼을 때나 가능한 평가.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흑 1 이하 8까지 패를 감행할
시기. 팻감도 흑은 결코 달리지 않은 국면이고 무엇보다 흑의 꽃놀이 패. 백으로선 이 패에 지는 날이면 우상 일대가 그대로 날아가는 판국. 그렇다고 흑이 5로 패를 때려냈을 때 백 A, 흑 3, 백 B로 물러서는 것은
미세한 국면이니만큼 그 손실을 보상받을 곳이 없다.
김 3단은 백 28에 두면서 중반 이후 처음으로 `희망'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통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수에 `마'가 끼기 십상이다. 도둑이 들라면 개도 안짖는다는
말이 있듯이 승리의 여신에 외면당하면 마치 각본에 짜인 것처럼 `지는 길'로 달려 가게 된다.
흑 31이 괜한 손찌검. 백 32．34와 교환되어 중앙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곳은 건드릴 필요없이 그냥 흑 35．37로 끝내기해 갔으면 이 판은 흑이 지지않았을 것이다. 백 42가 떨어지자 중앙 흑 두점의 운신이 이 판의
마지막 승부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