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내일은 있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29일 16시 20분
"저놈이 물건이여."
호주 에서 전지훈련을 갖고 있는 전북의 최만희（42） 감독대행은 연습경기를 지켜보며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자꾸만 이렇게 되뇌였다.
빈약한 전력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눈에 번쩍 띄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프라인을 넘나들며 쉴새없이 상대편 페널티박스 안으로 볼을 찔러주는 `타조' 김봉현（23．DF）.
사실 김봉현은 지난 95년 데뷔 때만 하더라도 그다지 최감독대행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었다.
금호고∼를 거쳐 지난 95년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전북에 자리매김한 김봉현의 첫해 성적은 6게임 출전이 전부. 그나마 5경기는 교체였다.
이듬해 연봉 동결（1천320만원）은 당연했다.
프로의 차가움을 맛본 그가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맨 것은 지난해 동계 전지훈련을 통해서다.
축구로 인생에 승부수를 던진 이상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외길 고집'이 발동한 것.
월드컵유치 홍보차원에서 2주일 동안 멕시코,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을 돌며 가진 연습경기와 훈련에서 지독한 `연습벌레'란 별명을 들을 정도로 강훈을 거듭했다.
이런 구슬땀으로 기량이 일취월장, 작년시즌 드디어 월드컵과 올림픽대표선수가 포진해 있는 전북의 탄탄한 수비진에 한자리를 틀게됐다.
23게임 출전에 1골 1어시스트. 올해는 연봉도 90％ 인상된 2천500만원이다.
"이젠 자신이 생겼다. 앞으로 팀이 정규리그나 2개의 컵대회 중 하나를 거머쥐는데 주역이 되겠다."
`젖은 빵'을 맛본 그의 각오가 전훈에서 흘리고 있는 땀방울을 타고 영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