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승] 절망의 끝서 발견한 금빛 희망

기사입력 1997년 01월 28일 16시 17분


. 에랄드 빛 바다와 푸른 하늘 직선으로 내려꽂히는 태양. 관광객들은 알지 못할 언어들을 내쏟으면서 갈 길을 간다.
그러나 탤런트 은 갈 것없는 에트랑제, 차압당한 인생. 조그만 아파트 발코니에서 하늘만 멍하니 쳐다본다. 한숨과 고뇌로 가득찬 한마리의 작은 짐승이었다. 충혈된 눈엔 미래가 없었다.
93년 12월 말께.
"사업하다 부도를 냈다. 거기다 유명세는 어처구니없는 루머까지 몰고 왔다. 스스로가 못견디게 처연했다. 세상은 너무 야멸찼다. 하외이로 날았다. 친척집에 묵었다."
상종가를 치던 청춘스타 은 하루아침에 나락에 떨어졌다. 유배지-는 포한(抱恨)의 두께만 더해줄 뿐이었다.
아내가 번역하고 애들도 가르쳐서 번 돈으로 살았다. 이만저만 자존심 상하는게 아니었다.
끝없이 추락했다. 날개도 없이. 그러다 믄득 크리스트가 보였다.
교회 기도를 다녔다. 새벽 4사면 어김없이 끓는 피를 식혔다. 그러면서 3년 가까운 세월은 흐르고 있었다.
서른다섯의 . 요즘 SBSTV 수목드라마 '형제의 강'에서 열연중. 에고이스트 서준수역. 핸섬하면서도 다소 냉정해 뵈는 의 외모와 맞아 떨어진다.
준수는 뒤에 고향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 그러다 가족들을 포함한 주위의 냉대와 훼방으로 낙선한다. 그 쇼크로 준수는 폐인이 된다.
"오픈 세트가 있는 문산에 자주 간다. 실내 장면이 많아 혹한에도 와이셔츠 바람으로 버티자니 엄청 춥다."
은 이것말고도 연극 '아름다운 거위(대학로 4월말까지 공연)에 사진관 주인-민두상 역을 맡고 있다. 사내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해프닝이 주조를 이룬다.
아내 김신아도 뮤지컬 '바디샾'에 출연중. 다섯명의 스트립걸을 거느리는 티파니 역. 아내도 '끼'가 없지 않다. 미 고교시절 순수공연단체인 '영 아메리카'에서 이미 프리마돈나도 해봤다.
-김신아는 90년 4월 14일 미 오타니 호텔에서 결혼한다.김신아가 페버다이대(미 소재) 경영학과 2학년때의 여름방학. 한번은 잘 아는 언니가 넌지시 말했다.
"얘, 괜찮은 남자 소개해주랴?"
"웬 남자? 뭐하는 사람인데?"
"탤런트야."
"...별론데,뭐."
그 언니는 에게도 '김신아'를 찔러봤다.
"미국유학생이라는게 맘에 걸리는데오. 생각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일단 만나보구 말해."
둘은 어거지로 커피숖에 끌려나왔다. 첫만남은 결혼의 징검다리였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뻑 갔다.
"도무지 탤런트 냄새가 안났다. 잘생겼다는 것 외에는... 진실하고 차분해 보였다."
"유학생이라 영어깨나 섞어쓰고 괜히 잰척 할줄 알았는데... 아주 보수적이고 순박했다."
이후 둘은 뻔질나게 만난다. 김신아가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는 전화로 편지로 '젊은 날의 허기'를 서로 채워주었다.
. 태생. 아버지는 경찰공무원(경 경비과장 역임). 경희초등학교-동대문중-용문고- 사학과 졸.
고교 졸업 후 재수할때나 대학 재학때도 방황했다. 법조인에의 미련때문이이였다. 다른 대학긔 법학과 편입의 길도 막혀버렸다.
번민의 늪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아니 미련을 버려야만 했다. 웨이터, 영화판의 엑스트라 등으로 뛰었다. '자기학대'였다.
어지럼병이 지랄병이 된다던가. 은 충무로 바닥에 들락대다 아예 단역배우가 된다. 집안에선 '영화배우'는 한사코 반대였다. 한동안의 냉전기간을 지나 절충안으로 '탤런트라면 눈감아 주겠다'는 언질을 얻어낸다.
83년 3월. 은 MBCTV 탤런트 16기 시험에 재꺽 붙는다. 그해 10월 드라마 '아버지와 아들'서 윤상근 역을 맡는다.
윤병식은 당초 2주 출연후 아웃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윤병식 역을 맡은 탤런트가 누구냐? 매력있다. 괜찮다.'라는 반응을 보여 고정역으로 재생한다.
87년 은 당시로선 승부수인 프리랜서를 선언한 날.
방송작가 홍승연이 김주승을 탐냈다. KBSTV에 출연시키고 싶어했다.
결국 은 로 옮긴다. '애정의 조건' '순심이' '달빛가족' '연인' '여자의 남자' 등 주말드라마와 미니리즈 등에 간단없이 출연 단기간에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에선 에게 를 등진 대가(?)로 거금을 줬지만 사양한다.
"로부터는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내가 출신이니 그럴수 밖에... 그러나 로의 이적은 순전히 일욕심 때문이였다."
탤런트 . 감성적이기 보다 여성적인 마스크, 단정하고 교과서적이다. 아니 만년소년이다.
그러나 그 눈빛은 의지적이다. 활화산이다. 상흔으로 남아있는 '사업에의 열망'은 아직은 접어두고 있다.
탤런트 . 이제 겨우 몇개의 간이역을 지났을 뿐이다. 설사 앞으로의 간이역이 황량할지라도 개의치 않는다. '느긋한 종착역'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