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완서씨, 네팔기행기 '모독' 펴내
기사입력 1997년 01월 28일 14시 45분
소설가 씨가 －네팔 기행기 `모독(冒瀆)'을 펴냈다. 학고재가 의욕적으로 펴내고 있는 세계문화예술기행 시리즈 가운데 한 편.
박씨는 여행기를 통해 억겁의 시간과, 천지를 자욱하게 만드는 엄청난 모래바람이 한몸뚱이로 어우러진 외경의 세계를 그려낸다. 그 세계를 그려내는 일은 그래서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차라리 순례의 기록에 가깝다.
그 순례기의 작은 제목들은 이런 것들이다.
정복되지 않은 순연한 사람들의 웃음과 정갈한 삶의 모습, 원주민들의 생활방편인 야크와 야크똥, 고산지대의 압력을 뚫고 자라는 야생화들, 쓰레기까지 완전 순환되는 숨쉬는 땅, 살아있는 여신인 `쿠마리'를
모시는 사람들의 마음….
박씨는 자갈밭과 고산지대를 순례하고 돌아와 그것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 이야기는 듣는 이의 눈앞에 생생하다. 박씨가 뛰어난 리얼리스트 작가임은 기행기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영어 `헝그리'를 입에 달고 악몽처럼 달려들어 구걸하는 어린애와 부녀자들, `원초적 수컷스러움'과 야성을 지닌 산간 고원지대의 목동들. 그들의 눈망울은 남루 속에서도 어찌 그리 무구한가.
그들의 삶은 여행객들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든다. 인간, 문명, 종교에 대하여.
여행기의 제목 또한 `모독'으로 붙여 독자들에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오체투지로 설산과 자갈밭을 고행하는 사람들의 그 법열을 이방인이 해독한다는 것은 모독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겸손하고 낮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그곳에 사는 당신들의 정신이 정녕 살아있거든 우리를 용서하지 말아주기를. 그 순결한 완전 순환의 땅엔 우리의 관광행위 자체가 모독이었으니."
